최대주주 李 "이사회 결정 위법"...강력한 법적 대응 예고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카카오가 2대 주주로 올라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이 현 경영진 측과 창업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
▲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 |
카카오는 7일 에스엠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3만 주 규모의 에스엠 신주를 1주당 9만 1000원씩 총 1119억 3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1052억 2200만 원 규모의 전환사채(전환가액 9만 2300원) 인수로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추가 확보한다.
이와 함께 이날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스엠은 3자간 업무협약을 맺고 다각적 사업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반면에 이번 지분 변동으로 이 총괄 프로듀서는 지분율이 16.78%로 내려가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사실상 에스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이 총괄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창업주로서 역할이 크게 축소되면서 경영상 퇴출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3일 에스엠의 현 경영진은 이 총괄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를 탈피해 멀티 프로듀싱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양측의 대립이 예상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하이브나 JYP 등 경쟁업체가 글로벌 K-팝 열풍의 흐름을 타고 약진하는 반면, 이 총괄의 그늘에 가려진 에스엠의 위상이 차츰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위기감에 사로잡힌 경영진이 전격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이 총괄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이번 이사회의 결정이 위법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현재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에스엠에서 벌어진 경영진의 최근 행보가 지배구조 자체를 흔들려는 속셈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괄 측은 우호 주주로 평가되는 컴투스 지분 4.2%를 포함해도 20%가량을 확보한 데 그치는 반면, 경영진 측은 카카오를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와 소액주주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 상황이 이 총괄 측에 불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내다봤다.
▲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CI |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 총괄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도 쉽지 않은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CJ ENM이나 현 경영진의 사업적 파트너가 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의 매각 가능성도 낮아졌기에 잠재적 매수자의 후보군마저 좁혀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던 것이, 그리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왔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는 만큼 양 진영의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 존재하고, 기각될 경우에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된다"며 결과적으로 현 경영진의 승리를 전망했다.
이어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질 경우 이 총괄 측은 지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높은 프리미엄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에스엠을 통한 카카오엔터 우회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지만 프리 IPO 기준 카카오엔터와 에스엠의 기업가치는 약 5배 차이 나는 반면 에스엠 영업이익은 카카오엔터의 2배 이상으로 예상돼 가치 평가에 대한 논란이 거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에서는 일단 에스엠과 카카오 양측의 호재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8일 증시에서는 오전 11시 15분 현재 에스엠은 전 거래일보다 6.1% 오른 9만 5600원, 카카오는 1.76% 상승한 6만 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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