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세 장관후보자 "검증실패 생각 안해" 발언에 정치권 요동...김부겸 총리 인준 난항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1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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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4주년 특별연설서 "무안주기 청문회 안돼...능력도 함께 고려해야"
김부겸 청문보고서 채택 '여야 합의' 전체회의 불발…시한내 채택 무산
野 김기현 "'임·박·노 트리오' 국민 목소리 외면…민주, 靑 출장소 전락"
與 이상민, 靑에 임혜숙·박준영 지명철회 촉구...지도부 입장표명 주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진행된 4주년 특별연설의 질의응답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 3인의 거취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검증실패라고 생각 안한다”고 언급한 데 따른 여진이 만만치 않다.

당장 국민의힘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3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거취 문제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과 연계하면서 김 총리 후보자의 인준 절차가 표류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10일 예정됐던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특위 전체회의 자체가 여당 단독으로 소집되는 등 파행했다. 청문회가 끝나고 3일이 경과된 이날이 국회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특위 회의가 예정됐던 이날 오후 2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언급을 비판하면서 "위원장으로서 형식적인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는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특위를 단독 소집한 민주당은 보고서 단독 채택을 강행하지는 않은 채 회의를 정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현재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청와대 검증이 완전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검증과 국회의 인사청문회의 검증 작업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며 세 후보의 거취에 대해서는 “오늘(10일)까지 국회 논의를 다 지켜보고 종합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에 한 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작심한 듯 현행 청문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유능한 장관과 참모를 발탁하고 싶다. 최고의 전문가들과 능력자들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며 "이번 후보자들도 각각 청와대가 그들을 발탁한 이유가 있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며 국토부, 해수부, 과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발탁 배경을 차례로 소개했다.

특히, 야권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는 임 후보자 발탁 배경에 대해 “성공한 여성으로서의 롤모델이 필요하다 생각해 여성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며 과학기술계 인력난까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훌륭한 능력과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 디지털경제 등 여러 혁신적인 경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일을 감당해야 될 전문인력들이 태부족하다. 기업들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며 “과기 분야의 인재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게 여성들의 보다 많은 진출이다.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기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판단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발탁 취지와 그에게 기대하는 능력과,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흠결들을 함께 저울질해서 발탁 여부를 판단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고 있다"며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부를 가지고 한번 무릅써 보겠다고 생각하더라도 검증 질문이 배우자나 자식에게 미치면 (장관직을)포기하고 만다. 포기하는 비율은 여성들이 훨씬 높다"며 "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꼭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누누이 말했듯 도덕성 검증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 다음에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가 돼서 두 부분을 함께 저울질할 수 있는 청문회로 개선돼 나가기를 바란다”며 도덕성 검증 부분의 비공개 진행을 제안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주요 질의응답. [그래픽= 연합뉴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현행 청문제도에 대한 소견과 개선 방향을 제안한 것이지만, 사실상 세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반박한 것이자 일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방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언급은 곧바로 야권의 반발을 불러오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이 보고서 채택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당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국정 공백을 운운하며 총리 공석을 비난했던 국민의힘이 명백한 이유 없이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미루며 국정 공백을 조장하고 있다"며 "보고서 채택 거부라는 정치적 결론을 내놓고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면 그 책임은 분명히 국민의 힘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오전에 (보고서 채택 문제를) 원내대표 협의 사항으로 넘기자고 간사 간 합의가 됐다"며 "민주당이 합의를 깨고 회의를 독단적으로 개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정치권이 장관 후보자 3인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10일까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인사청문 정국은 예측불허의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야당이 부적격으로 판정한 3명 중 일부에 대해서는 '정무적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요구가 여전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낙마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며 당 지도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김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장관 후보자 3인방 거취와 연계하며 반발해 김 총리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정국 해법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형국이다.

정의당도 "임혜숙·박준영·노형욱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해서도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에서 철저하게 걸러내지 못한 문제를 성찰하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지명철회 건의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온 당의 기류와도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지면서 송영길 대표 지도부로서도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10일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세 장관 후보자의 신상 논란이 결격사유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판단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갈렸다. 지도부는 의총 후 당의 견해를 정리해 청와대에 정리할 계획이었지만, 거취 건의를 놓고 명확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되며 5월 임시국회가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결국 인사청문회 결과나 야당 의견과는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했다"고 논평했다.

국회 표결이 필요한 총리 후보자 인준이 사실상 연계된 만큼, 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보다는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뒤 여론을 살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장관 후보자 1∼2명이 자진사퇴로 출구가 마련된다면 나머지 후보자의 임명에 나설 명분이 확보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오기 정치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세 장관 후보자 거취 문제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임·박·노 트리오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에 대해 합리적 견제와 균형 역할은커녕 청와대 눈치나 보면서 국회의원으로서 기본책임조차 내팽개칠 태세"라고 비판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어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법률 폐지, 언론과의 전쟁 등 독선적이고 무리한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벌이는 행태를 보면 열린우리당의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1일 임혜숙, 박준영 두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5선 비주류인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소한 임혜숙·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분의 장관 임명 반대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머뭇거리거나 지체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를 향해서도 "미룰 일이 아니다. 그것이 민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논란은 소모적이고 백해무익하다. 문 대통령과 두 대표는 조속히 이에 합당한 조치를 행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협력과 타협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정치권의 난맥상은 더 심화된 모양새다. 청와대와 여당이 야권의 부적격 판단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격랑의 고조와 방향은 달라질 전망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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