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재개 소식에 “법원 제출용 쇼” 소비자 불신 여전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보고플레이가 오는 14일 자사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의 정식 서비스 재개를 앞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 회사는 적자 누적 등 자금난으로 협력사 정산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다 지난 1월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제2의 머지포인트’로도 불렸다. 보고플레이는 현재 회생절차와 별개로 자체적인 방안으로 사업 정상화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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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의 정식 서비스 재개를 알리는 공지 [보고 서비스 화면 캡처] |
13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생절차 밟던 VOGO 재개 소식’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보고 서비스 페이지에 공지된 ‘RE-OPEN 03.14 10 am’ 화면을 함께 올리며 “갑자기 구글 앱 업데이트 뜨길래 보니까 재개한다는 소식, 환불‧포인트 사용 관련해서 문의받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가 도망가지 않고 사과문 올리고 회생하면서 수습하려는 모습은 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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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보고 서비스 재개 관련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보고플레이의 재개 소식에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법원 제출용 쇼”, “시장 신뢰 다 바닥났는데”, “물품 대금도 못 주는 상황인데 뭘 믿고 입점하겠냐”, “신뢰 쌓는 건 어려운데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 등의 비판적인 댓글들이 연이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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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서비스 재개 관련 게시글에 달린 누리꾼 댓글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보고플레이는 류승태 대표가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Lab’을 통해 창업했다. 지난 2019년 10월 법인을 설립하고 ‘보고’ 서비스는 2020년에 정식으로 리뉴얼했다.
보고는 서비스 재단장 3개월 만에 거래액 30억 원을 돌파하며 라이브커머스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엔 설립 2년 만에 거래액 1000억 원 규모를 넘어서며 삼성 사내벤처 출신 스타트업의 신화로도 불렸다.
공격적인 ‘초특가’ 정책과 ‘페이백 포인트’ 정책 등이 이 서비스의 빠른 성공 요인으로 분석됐다.
판매가격보다 10%가량 더 높은 금액으로 협력사에 정산해주는 등 공격적인 자금 투입으로 초기 소비자‧협력사를 유입시켰다. 이에 여러 업체가 입점하며 초특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또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페이백 포인트를 돌려주는 정책으로 입소문을 타며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보고플레이 협력사가 정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경영 위기설이 불거졌다.
현재 보고 서비스 내 막혀있는 소비자들의 현금성 적립금은 약 12억 원으로 알려졌다. 보고플레이 입점 업체 615곳이 받지 못한 물품 대금은 총 336억 원 규모에 이른다. 대금을 1억 원 이상 정산받지 못한 업체 역시 77곳이라고 전해졌다.
해당 사태에 대해 업계에선 보고플레이가 초기 자금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에만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던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탓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전략에는 이용자 추가 유치를 위한 캠페인 비용이 지속해서 지출되고 물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도 꾸준히 소비돼 추가 투자가 필연적이다. 이에 더해 판매가보다 높은 정산과 페이백 포인트 등 무리한 자금 운용 방식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플레이 회생절차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과거 ‘머지포인트 대란 사태’를 떠올리며 적립 포인트를 빨리 소비해 플랫폼을 떠나는 ‘포인트 털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지포인트 대란은 지난 2021년 보고와 비슷한 할인 앱 머지포인트가 20%가량의 할인율로 100만 명 규모의 고객을 끌어들인 후 갑작스레 서비스를 종료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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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의 대고객 사과 영상 [보고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
보고플레이는 회생절차에 대해 밝힌 뒤 향후 운영방안에 대해 앞서 1월과 지난달 두 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일 보고플레이 자산에 대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처분은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자산을 동결하는 처분이며 포괄적 금지명령은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막는 조치다. 법원이 보고플레이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검토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는 16일 오후 류 대표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재개되는 보고 서비스는 라이브 방송이 될 전망이며 막혀 있던 고객 포인트도 이날부터 다시 풀릴 예정이다. 다만 당분간은 포인트 사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류 대표는 최근 공개한 대고객 사과 영상을 통해 “저희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계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현재 서비스 재개를 위한 정비가 마무리돼가는 단계로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 보유 포인트는 서비스 재개 시점부터 사용 가능하지만 당분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결제 금액의 약 10% 수준의 제한적인 포인트만 사용할 수 있는 점 양해바란다”며 “연말까진 기존과 같이 100% 수준의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빠르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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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 [보고플레이 홈페이지 캡처] |
보고 서비스와 포인트 이용이 재개돼도 이를 통해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입점 협력사들이 상품 판매를 이어가길 꺼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더해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제한돼 있어 보고 서비스가 완전한 정상화를 이루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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