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㉖ 물의 신비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12 15: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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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물학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공기와 물 그리고 음식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공기, 물, 음식도 견딜 수 있는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 공기가 없으면 3분 동안, 물이 없으면 3일 동안, 음식이 없으면 3주 동안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기, 물, 음식의 존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의 질도 중요하다. 요즘 미세 먼지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뉴스는 공기 질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넘쳐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또 요즘은 건강을 위해 수돗물이 아닌 생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물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몸의 60~80퍼센트가 물이고, 혈액의 94퍼센트가 물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이 대부분 물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물이 우리 생존에 필수 요소가 된다.

물은 우리 건강에 중요한 요소지만, 자연에도 꼭 필요한 요소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식물과 동물의 생존에 물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잠자듯 시들었던 식물이 봄에 다시 자라나고,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에 다시 시드는 것도 물의 형태 변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겨울에는 물이 얼음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식물이 이용할 수 없지만, 봄이 되면 물로 변하기 때문에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다시 생장을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물이 겨울에 얼었다가 봄에 녹는 것 자체가 신비라고 볼 수도 있다. 겨울에는 식물들이 생장을 멈추기 때문에 물이 필요 없다가 봄이 되면 비로소 물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겨울에 그냥 흘려 내려갈 물이 얼음 형태로 바뀌어 땅속에 머물러 있다가 봄에 식물에게 필요한 물로 바뀌는 것은 크나큰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봄철이 되어 산길을 걷다가 얼음이 녹아 길이 질척거리더라도 너무 불평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물과 얼음의 관계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물의 신비가 또 한 가지 있다. 물리학 시간에 배워서 알겠지만, 대부분의 고체는 액체보다 비중이 높다. 즉 고체를 같은 성분의 액체에 넣으면 가라앉게 된다. 그런데 얼음은 물에 뜬다. 얼음이 물보다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얼음의 형태인 빙산이 바닷물에 떠다니는 것을 연상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현상이 왜 신비라고까지 얘기를 할까? 만약 얼음이 물보다 비중이 높으면 생명체에는 치명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얼음이 얼면서 모두 물밑으로 가라앉으면 물에 사는 생물들은 살 공간이 없게 된다. 그런데 얼음이 위로 뜨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물속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물 위부터 얼음이 얼기 때문에 물속은 얼음이 얼지 않아서 물고기들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물의 신비로는 물의 에너지 저장 능력이다. 물은 수증기로 변하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그러니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의 일부를 수증기라는 형태로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바다로 흘러내려가서 낮은 (위치) 에너지를 갖게 된 물이 다시 산꼭대기나 강의 상류로 순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태풍이다. 적도의 뜨거운 열, 즉 에너지를 받아 축적된 수증기가 태양 에너지를 덜 받은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바로 태풍이다. 그러니까 지구의 남과 북에 불균형하게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태풍인 것이다.

겨울철의 눈이나 얼음이 됐든, 태풍이 됐든 인간의 좁은 안목으로는 불편한 현상이 사실은 자연 생태계의 조화를 위한 신비로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을까?

더구나 이런 물의 신비를 생각하다보면 이 세상이 그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 정밀하게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설계자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인지, 유대교에서 말하는 야훼인지,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알라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니면 인격적인 신이 아닌 자연의 신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이 위대한 자연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물의 신비를 통해 생각해 보게 된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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