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위해 '기업회생' 선택, 되려 '진퇴양난' 상황에 놓여
[메가경제=정호 기자] "안녕하십니까.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조주연 입니다.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홈플러스 운영주체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납품 업체 공급 중단·신용등급 하락·임차료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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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개 숙이는 조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사진=연합뉴스] |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지 10일만이다. 이 소식에 유통사들은 물품 공급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프랜차이즈와 카드사들은 홈플러스 상품권의 사용과 발행을 금지했다. 신용 등급 또한 채무불이행 상태인 'D'로 곤두박질쳤다.
잡음이 끊기지 않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되려 엑시트 과정에서 투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했지만 오히려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화'가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넘어 산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 '후순위'로 밀고 '민심'부터 챙기는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에 강조된 주요 안건은 채권 지급의 우선권을 소상공인 즉, 작은 규모부터 채권을 갚아나가겠다는 점이다. 앞서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한 점을 강조한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14일 기준으로 현금 1600억원을 가용할 수 있으며 현금 유입 또한 지속되기에 잔여 상거래 채권 문제 등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유입 부문에서는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 등의 리뉴얼을 거쳐 매출과 고객 유입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수치로는 "회생절차가 시작된 4일 기준 매출과 고객 유입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5%, 5% 증가했다"며 "슈퍼·온라인으로 봤을 때 거래유지율은 95%"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금 확보의 과정에서 상품권 사용 문제 또한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카드사 8곳이 홈플러스 사용권의 구매·충전의 결제 승인을 중단한 바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상품권 잔액은 13일 기준 400억원이 남은 상황이다. 비용이 결제 대금으로 사용되기에 매출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보다 앞서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는 논란도 기업신뢰도 회복에 난관으로 작용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 신용등급하락을 안내 받았지만 이튿날 재심사를 요구한 바 있다. 논란은 이보다 앞선 시점에 기업회생을 준비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이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기업 회생은 신용등급 하락이 확정된 뒤 연휴 기간 중에도 검토를 거쳐 신청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회생 해도 '엑시트' 시나리오, '부동산' 발목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한다 해도 엑시트 수단으로 여겨졌던 부동산이 다시금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며 매각 작업 지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자세히는 투자자 투자금 3조2000억원·홈플러스 명의 금융권 차입 2조7000억원·기존 차입금은 1조2000억원으로 구성됐다. 구입 당시 당시 6조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이 엑시트의 주요 밑바탕으로 여겨졌다.
MBK파트너스는 실제로 입금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부동산을 이용해 자산 유동화에 나서기도 했다. 안산점·대구점·대구둔산점 등을 '세일앤리스(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2조3000억원의 자금으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홈플러스가 돈을 빌린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채도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걸었다.
홈플러스는 현재 회생절차를 위해 채권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회생 절차는 ▲관리인의 채권 목록 제출 (주주·채권자 포함) ▲4월 중하순까지 누락된 채권 신고 및 검토 ▲5월 초순까지 채권 이행 가능 여부 결정 및 문서 제출 순이다. 이후 기업가치 조사와 회생계획 수립 및 심리를 거쳐 최종 승인 및 실행이 진행된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리츠(REITs) 점검에 나섰다. 기업회생으로 인한 임차료 미납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현재 세일앤리스백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임차해서 사용예정인 매장은 정해진 게 없다"며 "현재로 임대료가 미납인 곳은 거의 없으며 이부분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고 신고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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