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활성화 지원 강화 예고…기업들 대상 여신역량↑
보수적 리스크 관리→신용등급 강화 관리 전환 예측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200일을 맞은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 대한 국내 최초 예고 공시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KB금융이 타 지주사와 달리 보수적인 신용등급관리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유망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밸류업을 일궈내는 전략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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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류업 공시’ 1호 주자는 KB금융이 선보이면서 앞으로 이목에 관심을 끈다. 금융업권에서는 양종희 회장의 책임경영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
KB금융은 지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통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에 공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공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장사가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자율 공시다. 앞서 지난 26일 가이드라인 최종안이 발표됐고 이날부터 시행됐다.
KB금융이 추후 제출할 공시에는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재무지표 개선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ROE는 회사의 자기자본에 대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ROE가 8% 넘으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로 1배 이상일 경우 저평가 해소 국면으로 본다.
기업은 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 시장평가 지표와 ROE·투하자본이익률(ROIC) 등 자본효율성 지표를 활용해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공시할 수 있다.
KB금융은 공시 직후, 사외이사 및 계열사 대표는 물론 외부 시장 전문가와 함께 한국 은행주의 저평가 원인과 투자자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자사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견실한 이익 체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 여력이 높은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손꼽힌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은 KB금융이 밸류업 대표주에 걸맞은 기업가치 증대 의지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B금융은 "이런 결과가 반영돼 주가는 연초 대비 43.5% 상승했다"면서 "KB금융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 만큼, 밸류업 모범생으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의 이 같은 행보에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처럼 두 번째 벨류업 관련 공시 예고를 하는 기업은 누구냐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화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공시를 하겠다”는 예고 관련 공시는 KB금융이 처음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은 밸류업 공시 예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KB금융이 예고한 4분기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며, 우리금융은 하반기에 정기 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선제적으로 밸류업 진행 공시 예고를 올린 까닭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KB금융이 홍콩 ELS판매 사태로 인해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동안 리딩금융 자리를 지켜왔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즉,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 위함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에서 주최한 뉴욕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기업 밸류업 정책'에 대한 배당 확대, 주식발행 축소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양 회장은 "KB금융은 국내 금융주 중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 절차를 밟았고, 분기 균등 배당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며"앞으로 전체적으로 최소한 명목 성장하고 수익이 창출된다면 가급적 많은 부분을 주주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의 밸류업 공시로 쏘아 올린 공이 향후 기업금융 시장에서 시중은행들의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은 타 경쟁 금융그룹들에 비해 보수적으로 신용리스크를 관리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KB금융은 특성상 기업대출보다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경기에서 파상된 성장성·건전성 중심으로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지주사 특유의 구조적 후순위성에서 기인한다. 금융지주의 핵심자회사인 은행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에 여러 겹의 보호막이 쳐져 있다. 금융지주사도 보호막 중 하나다. 만약 은행에 신용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지주사가 1차적으로 지원의무를 수행하며 그래도 부족할 경우 정부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다.
통상 은행지주들은 상반기인 5월까지 기업재무평가를 하고, 신용등급 평가를 내린다. 이는 은행들의 여신규모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규모가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오게 되면, 금리를 비롯 여신 총 그룹수를 결정하게 되고, 충당금 설정도 할 수 있다.
KB금융은 이번 밸류업 가치를 통해 내수활성화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공격적인 영업 강화에 전략적 목표를 둘 것으로 예측된다.
KB금융 내부 한 관계자는 메가경제와 통화에서 "KB국민은행은 타 은행들에 비해 유독 신용리스크를 보수적으로 관리해 왔기에 신용등급 관련 금리도 다른 은행들보다 낮아 경쟁력이 미달인 측면이 있었다"라며 "그동안 KB금융 경영진들은 신용등급 활성화를 외쳤지만, 리스크 관리에 예민한 직원들은 기업대출의 경우 부담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벨류업 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의지를 보인 만큼 향후 제조업이나 기업들에 여신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여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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