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vs 대웅 '보톡스 전쟁'...진흙탕 다툼 속 끝이 보이나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0 16: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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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3자 합의 타결
양측 수년간 막대한 소송비용 들여 재무건전성 악화
남은 소송서 여전히 불씨 남아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수년 간 지속해온 '보톡스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곧 막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19일 메디톡스는 파트너인 글로벌 보톡스 기업 엘러간(현 애브비)과 함께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 Jeuveau)'의 미국 내 판매사 에볼루스(EVOLUS)와 모든 지적재산권 소송 해결을 위한 3자간 합의를 전격적으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웅제약은 이번 합의에서 배제됐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웅제약도 20일 "이번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며, 사전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에볼루스가 합의에 응한 것은 ITC의 주보에 대한 21개월 수입 금지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회사의 영업활동 중단을 피하기 위해 전적으로 경영상 판단에 의거해서 내려진 결정으로 판단된다"며 "ITC의 21개월 수입금지에 대한 긴급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고 항소가 진행됨에 따라 애브비와 메디톡스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소송 국면이 조성됐다고 판단해 다급하게 에볼루스와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내린 나보타의 미국 내 21개월 수입·판매 금지 명령도 철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지난 2019년 1월 미국 ITC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제조기술이 도용됐다며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양측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며 ITC 소송에 임했고, 지난해 6월 ITC가 예비판정에서 메디톡스 측 손을 들어줘 나보타의 미국 내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16일 ITC 최종 심결에서는 균주 자체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이 21개월로 줄었다.

대웅 측은 미국 행정부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판결 후 60일이 지난 지난 15일(미국시간)부터 수입금지 명령이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 대웅제약, 메디톡스 각사 CI

 

'보톡스 전쟁'은 대웅제약의 ITC 소송 패배로 일단락된 듯했으나 양측의 법적 공방과 신경전은 계속됐다.

메디톡스는 ITC 소송 승리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 대웅제약을 더욱 거세게 몰아부쳤다.

메디톡스 측은 "ITC 조사 결과 대웅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임이 입증됐으며,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임이 확인됐다"며 "대웅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 허위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웅 측도 "메디톡스가 미국 ITC의 판결문을 교묘하게 악의적으로 왜곡하며 허위주장을 일삼고 있다"며 "미국 연방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공정기술 침해 관련 ITC의 결정이 명백한 오판임을 입증함으로써 모든 오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18일(미국시간) 대웅제약 측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면서 신속심사 절차를 요청했다. 또 법원이 대웅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도 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사진=대웅제약 제공]

 

이 같은 난타전 끝에 이번 3자간 합의가 도출되면서 장기간에 걸친 양측의 소모적 다툼도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실리적으로 계산하면 이번 합의가 양사간 이해관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이번 합의로 에볼루스로부터 2년간 3500만 달러(약 386억 원)의 선급금을 나눠 받게 되며,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연합, 스위스 등 해외지역에서의 나보타 판매에 대해 바이알당 로열티를 지급 받는다.

또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에 보통주 676만 2652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에볼루스는 이번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주가가 무려 71.65% 상승한 12.29달러로 마감됐다.
 

▲ 출처=네이버증권


대웅제약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로 인해 미국 내 사업 상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고 나보타 판매 재개의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나보타의 앞선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볼루스와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난해 나보타 매출액은 전년도 445억 원에서 504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브라질, 태국 등 제 3국에서의 판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쳤던 소송비용이 크게 줄게 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웅제약도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9.8%, 76.6% 감소해 수익성이 나빠졌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해 각각 180억 원, 349억 원의 법무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올해부터는 비용감소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메디톡스는 "이번 합의는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메디톡스와 대웅 간 법적 권리 및 지위, 조사나 소송 절차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향후 대응을 예고했다.

대웅제약도 "지금까지 밝혀진 메디톡스의 수많은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국내 민·형사 재판에서 승소할 것임을 확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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