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영화 '판도라'가 카카오와 김범수 창업자에게 보내는 경고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07-12 09: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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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고엔 여러 전조 반복"하인리히 법칙
과도한 성장과 독과점 그리고 무시된 경고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2016년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근무했던 하인리히의 “큰 사고는 그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반복된다”는 법칙을 잘 녹여낸 재난영화이다.


수많은 사건 징후가 있었지만, 일을 키우기를 원하지 않는 관료들로 인해 끝내 원전 폭발이란 대재난이 발생한다는 스토리이다.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를 통해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려냈다.   

 

영화를 본 후 오버랩되는 재계 인사가 있다. 최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구속 기로에 놓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였다. 전 정부 시절 플랫폼 경제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했던 카카오는 최근 몇 년 간 여러 부작용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김범수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다.  

 

▲ 영화 '판도라'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보면 문득 떠오르는 속담 한 구절이 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어느 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카카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기업인 김범수는 2010년 카카오를 설립해 대한민국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자수성가 스토리를 쓴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2019년 71곳에서 2021년 118곳, 2022년 136곳으로 급증했다. 카카오의 내부거래도 2017년 2024억원에서 2021년 1조4692억원으로 7.2배 급증하는 등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제국을 세울 기세였다.

주역에는 ‘하늘은 가득찬 것을 이지러뜨리고, 땅은 가득찬 것을 변하게 하고, 귀신은 가득찬 것을 해하고, 사람의 도는 가득찬 것을 미워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김범수 창업주와 카카오가 최전성기를 달릴 때 곳곳에서 ‘골목상권 침해’‘소상공인 죽이기’‘독과점 폐해’ 등 잡음이 일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멈출 줄을 몰랐다.

쪼개기 상장이나 내부거래 등 의혹도 일었다. 카카오는 거대 플랫폼 특성상 지배력을 장악한 뒤 높은 수수료와 배달료를 부과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이런 차에 대선 도중인 2022년 2월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택시호출 앱의 독과적 문제를 지적하며, 카카오 택시를 직접 겨냥 “약탈적 이윤”이라며 비난했다.

2022년 10월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는 시장독점의 결과로 카카오의 치부를 고스란이 드러냈다. 당시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의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이 ‘먹통’되는 바람에 사회가 부분적으로 마비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가 독점에 안주해 온 탓인지 안전과 보안을 철통같이 유지하는 것을 소홀히 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성난 여론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독점규제를 대폭 강화해 시장의 공정성과 소비자 편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카카오를 국가기반 통신망에 비유할 정도로 플랫폼 독과점의 위험성을 인지, 제동을 걸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2023년 11월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를 언급하며 “부도덕”이라고 지칭했다. 이후부터 카카오는 영화 ‘판도라’처럼 대형 재난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공정위는 김범수 창업주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산분리 위반 혐의,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른바 ‘가맹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관련 안건을, 서울경찰청은 카카오페이 가맹점 모집 과정서 불법 지원금 우회 수수 의혹 등 정부에 의한 전방위에 걸친 압박이 시작되었다.

또한 지난해 2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시세 조작 혐의, 바람픽쳐스 인수,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혐의 등도 불거지면서 김범수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로부터 첫 소환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김 위원장을 검찰 송치한지 8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로 혐의는 자본시장 위반 혐의이다.

검찰은 김 창업주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방해했다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영화 ‘판도라’처럼 김 창업주와 카카오는 사소한 경고에도 무리한 성장을 추구하다 오늘날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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