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뒤 또 수사"…DB 김준기, 재단 15곳 '위장계열사' 운용하다 '덜미'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0 09:56:50
공정위, 재단회사 통해 유동성 지원·경영권 방어…"제도 근간 훼손"
성폭행 징역형 이어 또다시 사법리스크 재점화..."검찰서 성실히 소명"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2021년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이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그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회장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 하면서다.
 

▲ 공정위가 김준기 DB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연합]

공정위는 김 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15개 회사를 계열사에서 제외한 채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그룹 경영과 자금 운용에 활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해당 재단회사들은 1999년 형식적으로 DB그룹에서 계열 분리됐지만, 최소 2010년 이후 핵심 계열사의 유동성 확보와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동원됐다. 공정위는 2021~2025년 5년간의 허위 신고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를 단행했다.

금융사 돈, 재단 거쳐 ‘우회 수혈’

재단회사들은 DB그룹 내부 자금이 이동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경영난에 빠진 디비하이텍은 인천 소재 부동산을 재단회사인 삼동흥산(450억원)과 빌텍(197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두 회사는 자체 자금 여력이 없었지만, 디비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에서 차입해 자금을 마련했다. 해당 부동산은 재단회사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동부한농(현 팜한농)에 임대됐다가, 2014년 DB손해보험으로 다시 넘어갔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됐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동부컨소시엄을 대신해 삼동흥산과 빌텍이 출자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금융계열사 자금이 재단회사를 통해 투입됐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금융계열사 자금이 재단회사를 경유해 비금융 계열사로 우회 이동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단회사가 총수 개인의 자금 운용에도 활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2021년 김 회장은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았다. 빌텍은 직전 디비하이텍에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상태였다.

김 회장은 이듬해 4월 해당 자금을 상환했고, 빌텍은 곧바로 동일 금액으로 디비하이텍 주식을 매입했다. 공정위는 “디비하이텍 자금이 재단회사를 거쳐 순환한 구조”라고 판단했다.

경영권 방어 목적의 지분 매입에도 재단회사가 동원된 정황이 확인됐다. 2022년 초 디비아이엔씨가 디비하이텍 지분 약 1%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문건에는 “창업회장 직접 취득보다 삼동흥산·빌텍 취득이 지배력 유지와 대외 인식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담겼다. 실제로 두 회사는 같은 해 5월 디비하이텍 지분 1.1%를 매입했다.

또 다른 내부 자료에서는 회장 일가 토지를 재단회사에 장기 임대해 개발 리스크를 넘긴 뒤, 개발 성공 시 매각 대금으로 계열사 인수와 유상증자에 활용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DB 측이 재단회사들을 내부적으로는 계열사처럼 관리하면서도 외부에는 계열 관계를 숨겨 규제를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조직도와 내부 문건에는 재단회사들이 그룹 자산·인사·부동산 관리 범위에 포함돼 있었고, ‘위장계열사 리스크’를 우려하는 표현도 다수 발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단회사들이 독립적으로 경영됐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인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를 위해 조직적으로 활용됐다”며 “위법성에 대한 인식 가능성도 충분해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DB그룹은 “공정위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사의 입장을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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