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종시 테슬라 전소 사고에 전기차 화재 우려 늘어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테슬라‧아이오닉5를 비롯한 전기차 중고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시장 침체와 함께 최근 연이은 화재 사고로 인한 ‘전기차 기피’ 현상도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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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후 세종시 국도 1호선을 달리던 테슬라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돼 뼈대만 남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
11일 중고차 매매 플랫폼 헤이딜러에 따르면 전기차 주요 모델들의 중고 시세는 최근 4개월 사이 16%~2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시세 변화가 가장 큰 모델은 20.1% 급락한 테슬라 모델3였다.
이 차량의 중고 가격은 지난해 9월까지 5313만 원이었으나 3달 만에 4243만 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테슬라가 국내 신차 판매 가격을 10% 넘게 인하하며 신차 구매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는 같은 기간 중고가가 19.5% 하락하며 테슬라 모델3의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기아 EV6와 테슬라 모델Y의 중고 시세가 각각 16.6%, 16.3%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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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주요 모델의 중고 시세 변화 [헤이딜러 제공] |
업계는 전반적인 중고차 시장의 수요가 줄며 중고 전기차 시세 하락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원자재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며 급격히 상승했던 중고차 시세가 올해부터 점차 제자리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엔카가 이달 공개한 중고차 시세에 따르면 국산 중고차는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하락해 전월 대비 평균 1.33% 떨어졌다. 수입 중고차의 경우엔 1.73% 하락했다.
이와 함께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소비자들의 전기차 기피 심리도 중고 전기차 시세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테슬라 모델Y 차량이 세종시 소정면 국도 1호선을 주행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한 뒤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소방 당국이 장비 17대와 인력 50명을 투입한 끝에 1시간 18분 만에야 꺼졌다. 차는 모두 불에 타 소방서 추산 재산 피해가 8800만 원에 이른다.
운전자는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에 의해 구조됐으나 다리 등에 화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경찰‧소방 당국은 이 전기차의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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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세종시 국도 1호선 위에서 불 타고 있는 테슬라 모델Y [사진=연합뉴스] |
이 사고를 포함해 지난 6개월 사이 잘 알려진 전기차 화재 사고만 총 4건이다.
테슬라는 세종시 사고 이틀 전인 지난 7일에도 서울 성수동 자사 서비스센터 앞에서 화재 사고를 겪었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모델X였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두 번의 화재가 발생했다. 8월에는 제주 서귀포시, 12월에는 경북 영주시에서 각각 불탔다.
주로 높은 열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화재 위험이 있고 진화가 어려워 최근 기피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전기차 주차를 아예 금지하는 시설‧건물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는 연이은 화재 사고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사고 건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도리어 약간 낮다”며 “하지만 한 건 나올 때마다 이슈화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막연한 공포감을 자아내고 이는 판매량으로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고 전기차의 경우 운행 시 화재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보수적인 시각과 최근 시장의 고금리 상황이 맞물려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화재 사고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키우기보단 정부‧지자체가 전기차 안전 캠페인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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