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규제...한국의 금융 경쟁력 약화 우려
지속가능 경영, 부단한 투자 병해되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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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 [사진=연합뉴스] |
씨티그룹이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7년 만에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완전 철수한다. 비단 외국계자본의 한국 탈출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니다. 보험사와 자산운용사에 이어 한국씨티은행마저 국내 소매금융 부문에서의 철수를 선언하며 충격이 커지는 모습이다.
외국계 금융회사 탈출의 직접적 원인은 물론 영업부진이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의 과도한 시장 규제와 간섭이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인수희망자들은 이달 중 실사를 마친 뒤 최종 입찰여부를 결정 할 것으로 보인다. 입찰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세부 고용승계 조건 등이 씨티측과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희망자들은 기업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복수의 금융사들이 한국씨티은행이 개방한 가상데이터룸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자산실사는 대부분 마무리 과정이며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희망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카드와 자산관리(WM) 부문이다. 씨티카드는 고객 충성도가 높고 분리매각을 진행해도 고객을 그대로 받아올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사업부는 약 10년간 신입직원이 들어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직원 연령이 높고 평균 연봉 역시 1억1200만원에 달해 고용 승계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이와관련해 씨티은행 노사는 이달 희망퇴직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노조의 주장처럼 ‘통매각’을 밀어부친다면 사업매각은 무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순 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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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6월 8일 서울 중구 씨티은행 본점 앞에서 고용안정 방안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
한국씨티은행은,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 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까다로운 규제,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계 금융회사 '무덤'
씨티그룹은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7년 만에 국내 소비자금융에서 완전 철수하게 된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설은 시장에서 예견돼 왔다. 지난 2014년 씨티캐피털 매각 당시, 그리고 박진회 행장이 주도한 2017년 점포 통폐합 때도 철수설이 불거졌다. 2017년 시작된 점포 통폐합을 통해 씨티은행은 126개에 달하던 점포를 현재 39개 점포로 줄였다. 은행권에선 제주은행(33개)와 더불어 가장 적은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특정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이 아니라, 씨티그룹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 할 사업부문에 투자 및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순 행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ㆍ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충분히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씨티은행의 결정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32.8% 줄어드는 등 고전했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총수익이 모두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한 영향도 컸다. 앞서 또다른 외국계은행인 HSBC는 사업성 부진을 이유로 2013년 소매금융 부문에서 손을 뗐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업권의 사정도 비슷하다. 2013년 네덜란드의 ING생명, 2016년 독일의 알리안츠생명, 그리고 지난해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 등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보험사의 한국 탈출도 계속되고 있다. 2013년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2018년 JP모건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도 우리 시장을 빠져나갔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데에는 심화하고 있는 규제가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불완전판매의 입증 책임을 금융사에게 지웠다. 점포 통폐합 문제부터 가계대출 부분까지 금융당국의 ‘그림자 규제’가 빈번한 것도 문제다.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빈번한 제도 변경 뿐만 아니라 당국의 감시 감독은 과도할 정도라 외국계 회사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국회는 금융사들이 5년간 2000억원을 출연해 서민금융 재원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서민금융법도 의결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 금융허브'를 외치던 정부나 금융당국의 청사진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이같은 문제가 개선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회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개입 정도가 강하게 느껴질 수 수 있다"고 평하면서도 "다만, 단기 이익과 배당에 급급해 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 경영'과 현지에 맞는 전략과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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