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OS 갑질’ 혁신 가로막아...공정위, 과징금 2074억 부과 ‘역대 2위’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4 1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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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이어 두 번째 과징금 규모...조사 5년 만에 결론
조성옥 위원장 “전례 없는 혁신 저해 행위” 비판

글로벌 플랫폼 공룡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 기기 제조사에 자사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탑재를 강요해 경쟁사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행위로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이 같은 ‘OS 갑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 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규모로는 지난 2016년 퀄컴(1조 311억 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된다.
 

▲ 서울=연합뉴스


공정위는 이날 구글엘엘씨, 구글 아시아 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곳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기기 제조사에게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 사전접근권을 연계한 ‘파편화금지계약(AFA)’ 체결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해당 사실을 기기 제조사에 통지해 기존 AFA 계약을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로 지배력을 확보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기기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경쟁사가 만든 변형 OS인 ‘포크 OS’를 사용하지 못 하도록 막았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게 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만 생산할 게 강제한 것이다.

또 기기 제조사가 앱 개발자에게 포크 OS용 앱 개발 도구(SDK)를 배포할 수 없게 해 포크용 앱마켓 출현 가능성을 철저하게 가로 막았다.

구글은 AFA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승인을 통해 예외적으로 포크용 OS 기기를 출시할 수 있게 했지만, 까다로운 추가 제약 조건을 적용시켜 관련 앱 개발을 무력화시키거나 앱을 못 쓰게 해 ‘깡통기기’로 만들어 버리는 수법도 사용했다.

반면에 기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모바일 사업에 필수적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탑재하기 위해 AFA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는 최고 사양의 기기를 신속하게 출시하기 위해 최신 OS 버전에 대한 사전접근권 역시 반드시 확보해야 했다.

AFA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 모든 스마트 기기에 적용됐다.

공정위는 “기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기기와 포크 기기를 자유롭게 병행 생산해 다양한 기기를 출시하는 게 최적의 사업 전략임에도 AFA 때문에 포크 기기를 출시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구글은 제조사가 기기 출시 전 호환성테스트(CTS) 결과를 구글에 보고해 승인받게 하는 등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증·통제했다. 일종의 ‘사설 규제 당국’ 역할을 한 것이다.

구글은 사전 점검 결과 포크 기기에 해당되면 출시할 수 없게 하고, 출시를 강행하면 플레이스토어 및 사전접근권 사용 권한을 빼앗았다.

이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경쟁 OS 사업자가 포크 OS 개발에 성공할지라도 이를 탑재해줄 기기 제조사를 찾기 어려워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공정위는 “기기 제조사의 다양한 기기 유형에 대한 자유로운 OS 개발 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해 심각한 혁신 저해 효과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2013년 8월 스마트 워치 ‘갤럭시 기어1’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탑재했지만, 구글이 제 3자 앱 70여 개를 들어 AFA 위반이라고 위협하자 결국 앱 생태계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던 ‘타이젠 OS'로 변경해야 했다.

이후 기어3 모델까지 타이젠 OS를 탑재했지만, 결국 올해 8월 출시한 ‘갤럭시 워치4’에는 구글의 스마트 시계용 OS ‘웨어 OS'를 채택했다.

공정위는 “초기 삼성전자가 개발한 포크 OS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 시계 시장의 경쟁 상황은 현재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은 글로벌 주요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을 2019년 87.1%까지 끌어올렸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을 비롯해 삼성전자 바다·타이젠, 파이어폭스 모질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사업 유지를 위한 이용자 규모 확보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퇴출돼 포크 OS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구글 안드로이드는 2019년 모바일 OS 시장점유율이 97.7%에 달하며 독점 사업자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구글이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했다”며 “이는 전례 없는 혁신 저해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법 위반 혐의를 처음 포착한 2016년부터 조사에 나선 지 5년여 만에 내린 결론으로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글로벌 ICT 사업자 관련 사안으로 경제적·법리적 쟁점이 다수 존재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올해 3차례의 심의를 거친 끝에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사건 외에도 앱마켓 경쟁제한, 인앱결제 강제, 광고 시장 관련 등 구글에 대한 3건의 조사 및 심의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구글이 게임사 등을 대상으로 경쟁 앱마켓에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게 방해한 사건은 올해 1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해 향후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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