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조 "후임자로 정치권 낙하산 등장 우려" 회의론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지속적인 외압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며 세 번째 연임 도전에 나섰던 구현모 KT 대표가 결국 완주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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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
KT는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이날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여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 대표의 연임 도전 여정은 세 번째 레이스에서 중도에 막을 내렸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차기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뒤 12월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아내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당시 그는 "KT의 변화가 구조적이고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2~3년의 변화로 그칠 것인지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으냐는 면에서 아직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안 돼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표가 재임 중 높은 경영 성과를 낸 점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구 대표의 연임에 먹구름이 꼈다.
이에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 복수 후보를 제안하며 추가 심사를 자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KT 내부 절차에 따라 단독 후보로 결정이 된 상황에서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이후 KT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 사내 13명 총 27명에 대해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재차 확정했다.
심사 결과, 구 대표는 재임 시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 원 돌파,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90% 상승 등 기업가치 제고, '디지코(DIGICO)' 전환 등 성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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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연합뉴스] |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지적한 데 이어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개선 조치를 강구하면서 KT에 칼끝을 겨눴다.
큰 부담을 안게 된 KT 이사회는 기존 결정을 백지화하고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세 번째 연임 도전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중도에 사내 후보군에서 사퇴하고 말았다.
구 대표가 완주 의지를 꺾게 된 계기로는 최근의 불리한 상황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측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온 데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편한 심기를 내보인 것이 부담이 됐다는 해석이다.
정부와 여당도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을 비롯해 KT와 포스코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의 수장이 '셀프 연임'을 해왔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구 대표는 '쪼개기 후원' 의혹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리스크까지 안은 상황에서도 버티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연임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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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출입구 [사진=연합뉴스] |
KT 새노조는 23일 성명을 통해 "진작 스스로 포기했어야 할 연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회사를 무려 두 달 이상 업무마비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이제와서 사퇴라니 이 무슨 무책임한 처사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사회는 신임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는대로 연임 욕심으로 초래된 지난 두 달의 경영공백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도 구 사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구 대표가 외압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된 형국인 가운데 차기 대표로 현 정권의 '낙하산'이 임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새노조는 "구 사장이 버티기 끝 사퇴라는 최악의 수를 선택함으로써 후임자로 정치권 낙하산 등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만천 하에 고백한 이사회가 정치권 낙하산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KT 내부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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