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손'에 완주 포기한 KT 구현모...세 번째 도전 끝에 결국 무릎 꿇어

이석호 / 기사승인 : 2023-02-23 18:02:46
  • -
  • +
  • 인쇄
尹 정부, '주인 없는 기업' 수장 연임에 공개적 반대 표시
KT 노조 "후임자로 정치권 낙하산 등장 우려" 회의론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지속적인 외압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며 세 번째 연임 도전에 나섰던 구현모 KT 대표가 결국 완주를 포기했다.

 

▲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KT는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KT에 따르면, 이날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여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 대표의 연임 도전 여정은 세 번째 레이스에서 중도에 막을 내렸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차기 대표 도전 의사를 밝힌 뒤 12월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아내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당시 그는 "KT의 변화가 구조적이고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2~3년의 변화로 그칠 것인지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으냐는 면에서 아직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안 돼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표가 재임 중 높은 경영 성과를 낸 점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 구 대표의 연임에 먹구름이 꼈다.

이에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 복수 후보를 제안하며 추가 심사를 자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KT 내부 절차에 따라 단독 후보로 결정이 된 상황에서 두 번째 도전인 셈이다.

이후 KT 대표이사후보 심사위원회는 사외 인사 14명, 사내 13명 총 27명에 대해 7차례의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재차 확정했다.

심사 결과, 구 대표는 재임 시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 원 돌파,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90% 상승 등 기업가치 제고, '디지코(DIGICO)' 전환 등 성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지적한 데 이어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개선 조치를 강구하면서 KT에 칼끝을 겨눴다.

큰 부담을 안게 된 KT 이사회는 기존 결정을 백지화하고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럼에도 구 대표는 세 번째 연임 도전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중도에 사내 후보군에서 사퇴하고 말았다.

구 대표가 완주 의지를 꺾게 된 계기로는 최근의 불리한 상황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측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온 데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편한 심기를 내보인 것이 부담이 됐다는 해석이다.

정부와 여당도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을 비롯해 KT와 포스코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의 수장이 '셀프 연임'을 해왔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구 대표는 '쪼개기 후원' 의혹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리스크까지 안은 상황에서도 버티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연임에 실패했다.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출입구 [사진=연합뉴스]


KT 새노조는 23일 성명을 통해 "진작 스스로 포기했어야 할 연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회사를 무려 두 달 이상 업무마비 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이제와서 사퇴라니 이 무슨 무책임한 처사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사회는 신임 사장 선임이 마무리되는대로 연임 욕심으로 초래된 지난 두 달의 경영공백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도 구 사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구 대표가 외압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된 형국인 가운데 차기 대표로 현 정권의 '낙하산'이 임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새노조는 "구 사장이 버티기 끝 사퇴라는 최악의 수를 선택함으로써 후임자로 정치권 낙하산 등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만천 하에 고백한 이사회가 정치권 낙하산을 거부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KT 내부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석호
이석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빙그레, 23년 만에 회사채 발행 추진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빙그레가 23년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달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6일 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최대 1000억원까지 추가 발행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송연리에 위치한 빙

2

강원랜드, 2025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참여기업 공모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강원랜드(대표이사 직무대행 최철규)는 청년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폐광지역 이전과 기업성장을 지원하는 ‘2025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선발 공모가 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폐광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 지방시대위원회

3

KT알파 쇼핑,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 개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KT알파 쇼핑이 8일부터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KT알파 쇼핑은 9월 30일까지 10% 할인쿠폰 매일 증정, 골드코인 경품 추첨 등을 실시한다.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을 통해 추석 대상상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10% 할인쿠폰을 지급한다. 프로모션 기간 내 매일 쿠폰이 발행돼 1일 1회 사용 가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