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스크'로 표류하는 KT...외압에 또 경선 치르는 구현모

이석호 / 기사승인 : 2023-02-09 17: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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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매출 25조, 2년 연속 영업익 1조 돌파에도 심판대 올라
尹 정부, '주인 없는 기업' 셀프 연임 막아야...관치 논란 거세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낙점된 구현모 대표가 또 다시 원점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5조 원 시대를 연 KT는 탁월한 경영 실적에도 CEO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장기간 표류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구현모 KT 대표 [KT 제공]



KT 이사회는 기존 결정을 백지화하고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현재 CEO인 구 대표를 최종 후보로 확정했던 이사회가 결정을 번복하고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주요 이해관계자 등이 요청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부합하고자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다시 경선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이날 KT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25조 6500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5조 원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도 1조 1681억 원으로 2년 연속 1조 원대를 돌파했다.

구 대표는 재임 중 호실적을 내고도 재차 CEO로서 자질을 평가받는 심판대에 서게 됐다.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출입구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적어도 절차와 방식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KT나 포스코 등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들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경영권을 사적으로 이용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국민연금은 김태현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줄곧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언급하며 구 대표 연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구 대표를 찍어내기 위해 정부 외압이 작동하는 게 아니냐는 '관치' 논란도 거세다.

 

민간 대기업인 KT의 수장이 외풍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으로 비춰져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KT 대표이사 선임 절차 [자료=KT]


실제로 한 증권사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더라도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종목 비중을 줄이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이사회 결정에 따라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개 모집을 통해 사외 후보자군을 구성하기로 했다.

서류 접수는 오는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우편·방문을 통해 진행한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업계 전문가로 인선 자문단을 구성하고, 후보자 검증과 압축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를 대상으로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면접 심사를 거친 뒤 국내외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을 받아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공정성 제고를 위해 구 대표를 포함한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 KT 사내 이사진은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결정한 후보들 중 1인을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결정된다.

KT 이사회는 "현재까지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했다"면서 "다만 이번 결정으로 공개 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 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최종 개선방안이 확정되면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명문화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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