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선진화 vs 관치 논란...CEO 리스크 우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정부가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KT와 포스코의 수장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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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KT 대표(왼쪽)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선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또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에게는 스튜어드십이 작동돼야 한다"며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적어도 절차와 방식에 있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인 없는 기업의 수장들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경영권을 사적으로 이용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 수장들의 '셀프 연임'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양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서자 정부도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금융위가 먼저 움직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것을 조직 내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임 절차가 블랙박스 안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금융회사 이사회와의 소통을 제도화하고 정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김태현 이사장 취임 직후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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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제공] |
정부의 최근 강경한 기조에 '황제 연임'이라는 말이 거론되는 KT, 포스코 등 비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먼저 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 구현모 KT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 측에서 CEO 후보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입장에 설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구 대표가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재판 중인 상황도 부담스럽다.
증권가에서도 구 대표의 리스크가 KT 주가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졌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KT 보고서에서 "3월 주총에서 현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더라도 경영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종목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좌불안석'인 분위기다.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로, 최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커진다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탁월한 실적을 거둔 전문경영인의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보는 '관치'가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신임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되면서 현 정권의 '금융 관치' 논란으로 불씨가 옮겨붙어 냉소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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