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영결식 김부겸 장례위원장 조사 "진실·화해·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10-30 2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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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보다 마음 움직인 건 사죄와 용서의 뜻 밝힌 것”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처럼 마지막 길도 명암 반영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50명 미만으로 초청 인원 제한
6년 전 YS 때와 확연히 다른 규모 속에서 치러져

김부겸 국무총리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 총리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대통령님의 영결식에서, 그 누구도 역사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총리는 우선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북방외교, 남북관계 전기마련, 토지공개념 도입, 대규모 주택공급 등 노 전 대통령의 재임시 공적을 열거했다.

김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님은 재임 중에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이념의 대립을 넘어 12년 만에, 세계가 한자리에 모인 사상 최대의 올림픽이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감을, 세계인들에게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며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이후에 소련과 중국을 포함해서 5년간 45개국과 수교하며 북방외교의 새 지평을 여셨다”고 평가했다.
 

▲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김부겸 총리가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 총리는 이어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긴장과 대립의 남북관계를 공존과 평화의 관계로 진전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토지공개념 도입으로 경제민주화에도 기여하셨다”며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국민연금 등 공적부조를 크게 확대했다”고 경제적 업적도 되새겼다.

김 총리는 그러나 “이처럼 고인께서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는 동안 많은 공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역사적 과제도 언급했다.

이어 “재임 시에 보여주신 많은 공적보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께서 유언을 통해 국민들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국가장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대통령님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또한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대통령님의 가족께서 5·18광주민주묘지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용서를 구했다”면서도, “고인께서 병중에 드시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며 “과거는 묻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역사로 늘 살아 있다”고 상기했다.

김 총리는 마지막으로 “유족 여러분들께서는, 오늘 국가장의 의미와 국민들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지금처럼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 주시기 바란다”며 “과거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끝까지 함께해주십시오. 그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자, 우리 민족사의 먼 여정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고인이 조직위원장을 지내고 대통령으로서 성공적으로 치러낸 88서울올림픽과 인연인 깊은 상징적인 무대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엄수됐다. '인류에 평화를, 민족에 영광을. 대통령 노태우'라고 새겨진 비석이 놓인 곳이다.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식에서 의장대가 고인을 운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과 운구차량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공동취재]
▲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노재봉 전 총리가 추도사 도중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고인의 운구 행렬이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과 유해가 검단사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30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검단사 무량수전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해가 안치된 후 불교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이날 영결식은 국무총리 등 국가 주요인사와 정당·종단 대표, 우족 측 인사 등 50명만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규모로 치러졌으나 오전 11시께부터 시작 예정된 시간을 20분 넘겨 80분간 진행됐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부인 김옥숙 여사,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과 친지들, 6공화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 유족 측 위원, 주한 외교단 등이 배웅했다.

2015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지는 국가장이지만,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탓에 영결식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검소하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과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규모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촐한 규모의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국가장' 예우가 적절한지 사회적 논란을 빚은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는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날씨 속에도 7천여 명이 영결식장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었다.

실제로 이날 국가장이 치러지는 영결식장 밖에서는 국가장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고, 행사장에서도 일부 여권 인사들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김부겸 총리도 조사를 통해 ‘과오’를 언급하는 등 영결식 내내 고인의 삶에 드리워진 명암이 고스란히 반영돼 추모 분위기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초청받은 정당 대표 중에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만 유일하게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영결식에 불참했고, 장례위원회 고문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세종시 국회의사당 부지 방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뒷줄에는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한 노태우 정부 당시 핵심 인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노태우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는 추모사를 통해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거든 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리게 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평화의광장에서 각하를 마지막으로 모시겠다는 우리 심정을 헤아리소서”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끼기도 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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