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제 현실성 없는 격언이 돼버린지 오래다. 부의 세습은 더욱 공고해지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돼주는 교육과 취업(경제활동)도 거의 사라졌다. 대신 부모의 자산으로 서열이 매겨진다는 논리인 '수저계급론'은 사회통념화됐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세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빈부 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5분위배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기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결과다. 앞서 정부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 부의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정책 방향과 역행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출처= 통계청]](/news/data/20190221/p179565866077200_880.jpg)
21일 통계청은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세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돈) 5분위배율은 5.47을 기록했다. 단적으로 표현해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평균 소득이 5배 이상 차이 난다는 뜻이다.
4분기 성적표만 봤을 때 이번 결과는 2003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5분위배율은 2015년 4.37까지 좁혀졌으나, 2016년 4.63, 지난해 4.61로 벌어졌다가 올해 격차가 더 확대됐다.
이번 지표에서 두드러진 것은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구의 수입감소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 소득은 277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4.8% 떨어졌다.
반면 소득이 많은 4분위(소득 상위 20~40%)ㆍ5분위(상위 20%) 가구의 4분기 벌이는 1년 전보다 각각 4.8%, 10.4% 늘어난 557만2000원, 932만4000원이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소득 감소 폭, 5분위 소득 증가 폭이 각각 15년 만에 최대치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발표에 정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분위 소득이 감소되고 5분위배율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통계청장,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190221/p179565866077200_746.jpg)
홍 부총리는 고령 가구의 증가와 고용 부진이 가계소득 양극화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감소 원인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한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실업급여 인상, 기초생활보호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충 패키지 사업을 계속 집행하기로 했다.
또한 근로빈곤층과 청년 구직희망자, 점포 문을 닫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소득을 보장하고 취업을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도 2020년 도입을 목표로 준비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저소득층의 고통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역시 힘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은 좋은 태도다. 정부가 빠른 결단으로 최악의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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