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색 빛깔’ 넥타이에 협치 메시지 담아
개원연설 키워드 '국회' 57번·'경제' 28번·'뉴딜' 16번
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로 더 이상 돈 벌 수 없다”
통합당, 문대통령 개원연설에 “모든 것이 야당 탓”
문 열었지만 7월 국회 난기류...청문회·공수처 첩첩산중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21대 국회가 천신만고 끝에 지각 개원식을 가졌다.
국회는 16일 오후 2시 개원식을 개최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축하 연설을 청취했다. 개원식은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후 47일만이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은 지각 개원이다.
이날 개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의원들이 착용한 검고 흰 마스크의 선명한 대비 속에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하얀색 또는 하늘색 마스크를, 미래통합당 의원 전원은 검은색 마스크를 써 흑백 대조를 이뤘다. 원 구성 진통 등으로 쌓인 여야의 앙금이 느껴졌다.
![제21대 국회의원들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개원식에서 국회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263.jpg)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개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회독재와 총체적 실정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검은색 마스크와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사전에 준비하고 임했다.
국민의례와 국회의원 선서에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은 "코로나 방역, 경제 난국 등 국가적 위기 속에 개원이 늦어져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로 개원사를 시작했다.
박 의장은 "세계는 미증유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야말로 문명사적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이를 돌파할 국회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를 향한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민생 최우선, 미래를 여는 국회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상시 국회가 돼야 한다. 일하는 국회를 넘어, 일 잘하는 국회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849.jpg)
박 의장은 코로나19로 닥친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코로나 극복 국회 경제특위'를 설치해 달라고 여야에 요청했다. 그는 "민생이 참 어렵다"면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우리 국회가 함께 짊어지고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BTS로 대표되는 K팝, 영화 기생충, K-방역까지 이제 대한민국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문화와 의료 분야까지 새로운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며 "우리 의회 민주주의를 세계의 표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도 제안했다.
박 의장의 개원사가 끝나자 문 대통령이 하늘색 마스크를 쓴 채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아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의 왼쪽 옷깃에는 '더불어' 배지가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입장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302.jpg)
문 대통령은 이날 감색 바탕에 파란색,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이 차례로 사선으로 들어간 '4색 빛깔' 넥타이를 착용했다. 파란색은 민주당, 분홍색은 통합당, 노란색은 정의당, 주황색은 국민의당 상징색이다.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검은색 마스크에 규탄 리본을 착용했지만, 국회를 찾은 문 대통령에게 예를 갖춘 것이다.
이어 연단에 오른 문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연설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분간 이어진 개원연설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하는 길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걷기를 희망한다"며 코로나19 극복 대책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가동까지 폭넓은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198.jpg)
문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문 대통령 역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를 비롯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통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국난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과제 가운데에서도 '한국판 뉴딜'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든든한 연대를 바란다. 국회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국회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규정하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 부동산 투기로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고강도 대책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시 착용한 넥타이. 각 당의 상징인 파랑, 분홍, 노랑, 주황색이 조화롭게 디자인됐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715.jpg)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3원칙 아래 평화정착 노력에는 흔들림이 없으리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철도와 도로 협력, 남북 국회회담 등 기존제안을 언급했고, 국회를 향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달라,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제도화해달라"며 그동안 이뤄진 남북합의의 비준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권력기관 개혁의 고삐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이번 회기 안에 (공수처장)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최근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발언은 연설문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원축하 연설에서 '국회'라는 단어를 57차례나 사용하며 입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경제'라는 단어는 28번, '뉴딜'은 16번, '선도'는 13번, '코로나'는 11번, '극복'은 10번씩 쓰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축하 연설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987.jpg)
이날 문 대통령의 협치 호소에 여당은 박수로 호응했으나 야당 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통합당 일부 의원은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합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에이"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 도중 민주당 의석에서는 19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으나 손뼉을 치는 통합당 의원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여야 의원들 모두 다시 기립했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 퇴장을 위해 통합당 의석 쪽으로 이동했고, 회의장 뒤편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여야 의원들과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대부분 의원과 목례했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몇몇 의원과는 악수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박 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여야 지도부와 등과 환담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961.jpg)
이날 개원식에 앞서 개최한 국회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정보위원장에 선출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예결특위를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초유의 단독 국회 체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표결에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했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했으나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여야가 간신히 국회 문을 열긴 했지만 산적한 현안에 당장 7월 국회부터 험란한 여정을 예고했다.
의사일정 재개에 일단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원구성을 둘러싼 근본적 인식 차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야당몫 국회부의장은 여전히 공석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공식적으로 개원한 만큼 남은 7월 임시국회 동안 7·10 부동산 대책 후속 입법을 비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입법 등 중점 과제 추진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차담회에 참석,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232.jpg)
반면 통합당은 원내에서 본격적인 대여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비롯해 예측불허의 휘발성 현안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해 여권을 본격 압박하겠다는 태세다.
당장 잇따라 열릴 인사청문회는 여야 간 충돌의 장이 될 전망이다. 통합당은, 아들의 스위스 유학 등 문제가 제기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을 내린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이미 반대 방침을 굳힌 상태다.
특히 최대 쟁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이다. 20일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경찰 수사와 서울시 진상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지만, 통합당은 청문회 소집과 특별검사 임명,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전날로 법정 출범 시한을 넘긴 공수처 설치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쟁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조속한 출범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은 위헌 논란을 중점 제기하며 대척점에 서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716/p179566348141510_669.jpg)
문 대통령은 이날 개원 연설에서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혹평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부동산정책과 대북정책 실패, 잇따른 광역단체장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솔직담백한 사과를 기다렸다"면서 "그런데 한마디도 없었다. 모든 것이 국회 탓, 야당 탓이라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배 대변인은 통합당의 10가지 공개 질문을 언급하며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은 나몰라라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소통을 말하니 참 당황스럽다”며 “협치가 더 멀어지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비판했다.
최악의 지각 개원이라는 오명을 쓴 21대 국회의 앞날이 앞으로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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