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무죄취지 원심파기...경기지사 기사회생에 차기 대권지형 변화 주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7 02: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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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판결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방점
이재명 “내 역할 주권자인 국민이 정하는 것”
벼랑끝 회생, 이낙연 독주체제 흔들지 주목
악재에 떨던 여권, 이재명 생존에 안도의 한숨
야권, “법리는 무죄여도 정치적으로는 유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벼랑끝에서 기사회생하며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선 주자로서 대권 행보에 가일층 힘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16일 원심(2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로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위기에 몰렸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도정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향후 대선 가도에서 정치 행보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날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공교롭게도 오후 2시 제21대 국회 개원식 행사와 동시에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축하 연설이 한창 진행 중이던 2시 27분께 "대법, 이재명 사건 무죄 취지로 파기"라는 내용의 속보가 타전됐다.


원심이 확정돼 도지사직을 잃었다면 서울, 경기, 부산 3곳의 광역단체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뻔 했지만 이날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이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앞서 1·2심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유죄로 보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래픽=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혐의별 판결 [그래픽=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이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에 해당하며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공표' 행위가 아니라며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무죄 취지 다수 의견 7 대 유죄 소수 의견 5의 구도가 낳은 결론이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기자 회견 등을 통해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며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며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 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고도 전했다. 정치생명이 불투명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심정과 마음가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대법원 판시의 쟁점은 이 지사에 대한 혐의 4개 중 TV토론에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하나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허위 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주문을 낭독했다.


재판부는 또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부 불리한 사실을 숨겼다고 인정하더라도 이를 사실을 왜곡한 공표 행위로 확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지사가 정신병원 입원 시도 여부를 묻는 상대방의 질문을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로 해석해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로 부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TV 토론회의 발언이 준비된 연설과 달리 시간제한과 즉흥성 등으로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재판부는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다"며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을 분석하기보다는 당시의 토론 상황과 전체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한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상호 공방이 기본인 선거 후보자 간의 토론회 발언에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자칫 토론회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민주사회 발전을 위한 관건 중 하나인 자유로운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 묵비의 권리, 일부 사실을 숨기는 부진술의 권리를 고려할 때 이 정도의 사안을 허위사실 공표로 단죄하는 건 사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며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후보자 토론회는 선거운동으로서 중요한 기능이 있다며 토론회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활발한 토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그러나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 지사 사건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심리를 회피해 판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의 발언이 유권자의 판단을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며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박상옥 대법관은 "상대방 후보의 질문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고 이 지사도 그 답변을 미리 준비했다"며 "이 지사의 발언은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소수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이 지사에게 적용된 나머지 3개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 직후 이 지사는 “객관적 사실에 따라 합당한 판결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데에 국민 여러분들의 큰 관심과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대법원에 사의를 표한 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지사는 기사회생하면서 제2의 정치생명을 맞게 돼 앞으로 정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평가되는 이 지사가 당선 무효 위기에서 탈출하면서 대선 가도에도 탄력을 받게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지사는 이미 4·15 총선 전 코로나19 사태 확산 방지와 재난지원금 이슈를 주도해 여론의 호평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2위로 올라선 상태였다. 최근에는 “(지방 정부에서) 성공하면 전국 확대할 수 있도록 토지 보유에 따른 세금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사업을 해 보도록 하겠다”며 부동산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여권 내 차기 대권 지형에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지율 선두를 지켜온 이낙연 의원과 여권 내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지사는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주권자,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께서 정하실 것"이라며 "역할에 대해 연연하지 않고 제 일만 충실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이낙연 의원에 대해 "워낙 인품도 훌륭하시고 역량 있는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존경한다"며 "민주당 식구이고 당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의원님 하시는 일 옆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함께해서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 민주당이 지향하는 일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단을 받아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당은 허윤정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 주거 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며 "민주당은 이 지사의 도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이 지사와 손잡고 일해가겠다"며 판결을 환영했고,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도 "재판부에 감사드리며, 이 지사와 함께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고 썼다.


대법원이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자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나,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법리적으로는 무죄여도 정치적으로는 유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 대변인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산, 서울에 이어 경기도까지는 '수장 공백' 사태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나 자신 정치가이자 법률가이지만 '토론의 자유'를 위해 허위사실 공표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이번 판결의 해괴한 논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선거법상 허위사실도 적극적 허위사실과 소극적 허위사실이 있다는 것을 이번 판결에서 처음 알았다. 적극적 허위사실만 처벌되고 소극적 허위사실은 처벌되지 않는다는 괴이한 논리도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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