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현실의 간극, '강한 미국'의 과거와 미래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존 웨인, 그는 단순한 영화배우가 아니었다. 20세기 미국 남성성의 상징이자, '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 그의 영화 속 이미지는 거친 황야를 누비며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 즉 미국의 이상적인 자아상을 대변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갱단 축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존 웨인이 스크린에서 걸어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193cm의 크고 건장한 체구, 마초적인 이미지로 가장 미국적이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바로 존웨인(본명 매리언 로버트 모리슨, 1907~1979)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 존 웨인의 영화는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 많다. 특히 서부극은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대표작들 살펴보면, ‘리오 브라보’(Rio Bravo, 1959)에서는 존 웨인은 보안관으로서 악당들과 맞서 싸우며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인한 리더십과 정의감은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수색자’(The Searchers, 1956)에서 존 웨인은 납치된 조카를 구하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그의 강인함과 끈기는 ‘강한 미국’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한다.
이 외에도 ‘기병대’(The Horse Soldiers, 1959), ‘역마차’, ‘알라모’ 등 많은 영화에서 존 웨인은 ‘강한 미국’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며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의 실패,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일부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재건하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갱단 축출 작전은 이러한 ‘강한 미국’ 향수의 단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영웅’ 존 웨인이 영화 속에서 악당들을 처단하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강한 미국’의 부활, 현실과 영화의 경계
사실 미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관대한 포용력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이민 정책으로 약해진 듯 보이지만, 사회 지배층은 청교도 기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미덕으로 여긴다.
미국 헌법에는 “어떠한 귀족적 지위도 부여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미국인 스스로가 ‘블루블러드’(푸른 피)라고 인정하는 케네디, 루스벨트, 록펠러, 해리슨, 애덤스, 부시, 프렐링하이젠, 브레킨리지, 태프트, 베이야드 등 정치명문가들이 있다. 이들 가문의 일원들은 대중으로부터의 존경과 카리스마는 국가에 대한 봉사에서 온다는 믿는다. 그렇기에 국내 사회 지도층과는 달리 군대와 자선 활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미국이 ‘존 웨인’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 속 존 웨인은 언제나 정의를 구현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지만, 현실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베네수엘라 갱단 축출 작전은 단순히 악당을 처단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 경제, 인권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 웨인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강인함과 정의감은 본받아야 할 가치이지만, 현실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동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정책은 때로는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일방적인 군사 개입은 지역 불안정을 야기하고, 인권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영화 속 영웅이 아닌, 현실적인 리더십을 통해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강한 미국’을 향한 진정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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