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경쟁으로 달아오른 K-게임…국내서 ‘돈 버는 게임’ 가능할까

김형규 / 기사승인 : 2021-12-12 09: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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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컴투스 등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코인 개발 활발
게임위, 게임 재화 가상자산·NFT 환전 사행성 규정해 모니터링

위메이드·컴투스·네오위즈 등 ‘돈 버는 게임(play to earn, P2E)’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국내 게임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IT·게임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도 P2E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게임의 질적 하락과 사행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P2E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특히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을 통해 얻은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수익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사행으로 보고 규제에 나섰다. 

 

▲ 위메이드의 P2E 게임 '미르4' 캐릭터 이미지, 국내 출시 1주년을 맞았지만 규제로 인해 P2E 시스템은 해외 서버에만 적용 중이다 [미르4 홈페이지 캡처]

 

P2E는 블록체인·가상자산 등이 적용돼 플레이 중 얻은 아이템·재화를 현실 수익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임을 뜻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된다. 국내 유저들 사이에선 줄임말 ‘플투언’으로도 불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P2E 유행을 주도한 게임은 ‘크립토키티’와 ‘액시인피니티’가 있다.

크립토키티는 지난 2017년 캐나다 스타트업 액시엄젠이 개발했다.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시켜 만든 새로운 조합의 고양이를 거래하는 게임이다.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을 통해 거래·환전된다.

액시인피니티는 크립토키티의 영향을 받아 지난 2018년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출시했다. 현재 동남아 시장의 최고 인기 P2E 게임으로 생계형 유저가 많다고 알려졌다. 크립토키티와 흡사한 교배·거래 방식에 이용자 간 대결(PvP) 개념이 더해졌다.

동남아 지역은 환율·최저임금 등의 이유로 P2E 게임의 수익이 일반적인 노동 수익과 비교해봐도 경쟁력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일자리가 줄어 생계형 P2E 게임 활성화에 적합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 해외 P2E 게임 유행을 주도한 '크립토키티'(위)와 '액시인피니티'(아래), 모두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다 [각 게임 홈페이지 캡처]

 

P2E 시장에 뛰어든 국내 게임 기업들은 각사의 자체적인 블록체인 플랫폼·가상자산 등을 개발해 생태계 구축을 도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메이드는 발 빠르게 해외 P2E 시장에 도전한 기업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다. 지난달 출시 1주년과 동시접속자 130만 명 돌파를 기념한 바 있다.

미르4는 게임 속 자원인 '흑철'을 ‘드레이코 토큰’으로 바꾼 후 위메이드 가상자산 ‘위믹스 토큰’으로 환전하는 방식의 P2E 게임이다. 다만 이 같은 환금성을 게임위가 규제하고 있어 등급이 거부되므로 해외 서버에서만 P2E 시스템을 적용 중인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기반으로 디지털 지갑 ‘위믹스 월렛’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믹스 토큰을 자체적인 생태계 기축통화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 지난해 지스타 기자간담회 현장에 참석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연합뉴스]

 

컴투스홀딩스(게임빌)는 내년 상반기부터 P2E 게임들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액션 RPG ‘크리티카 온라인’과 MMORPG ‘월드 오브 제노니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이며, 각각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지난 9월 국내 코인 거래소 코인원에 539억 원 규모로 투자해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블록체인 기술 보유 가상자산 플랫폼 기업 ‘제나에드’를 인수해 개발 부서로 편입시켰다.

컴투스도 위메이드처럼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브’를 중심으로 P2E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블록체인 전문 기업 ‘테라폼랩스’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가칭 ‘C2X’라는 자사 토큰과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다.
 

▲ 컴투스홀딩스가 내년 하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인 '월드 오브 제노니아', 컴투스의 C2X(가칭) 블록체인 생태계 기반으로 개발 중이다 [컴투스홀딩스 제공]

 

네오위즈의 P2E 시장 진입도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사의 기존 모바일 스포츠 게임 ‘골프 임팩트’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크립토 골프 임팩트’, 턴제 전략 RPG ‘브라운더스트’의 P2E 버전인 ‘브레이브 나인’이 모두 내년 상반기 차례대로 출시될 예정이다.

위메이드·컴투스와 마찬가지로 네오위즈 역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을 기반으로 P2E생태계를 완성할 방침이다.

네오핀은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네오플라이가 개발 중이며 이달 내로 오픈할 계획이다. 게임 플레이 중 얻은 게임 코인을 자체 가상자산 ‘네오핀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다.
 

▲ 네오핀 플랫폼 계획도 [네오위즈 제공]

 

이같이 게임사들의 P2E 시장 진출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 P2E 국내 도입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게임 골수 유저들 사이에선 P2E 게임이 사실상 게임사가 공인한 ‘쌀먹’일 뿐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게임 내 아이템을 거래해 현실 수익으로 연결한다는 의미의 쌀먹은 1990년대에 출시한 ‘디아블로’, ‘바람의 나라’, ‘리니지’ 초기부터 존재해왔다.

 

‘플레이 투 언’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페이 투 언(Pay to Earn)’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게임사는 코인 환전수수료로 수익을 내지만 결국 유저들이 얻는 돈은 또 다른 유저의 과금에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액시인피니티도 초기 유저들의 수익은 다른 유저들이 지불한 이더리움에서 나왔다. 만약 국내에서 리니지와 유사한 방식의 ‘리니지라이크’ P2E 게임이 양산된다면 유저들이 과금한 돈을 길드(유저 모임)들이 서로 먼저 회수하려 경쟁하는 구조로 굳혀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대로라면 유저들의 과금 부담은 여전히 남은 채, 게임 플레이 방식만 더욱 단조로워질 수 있다. 이는 게임의 본질인 게임성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여러 P2E 게임을 플레이 중인 A 씨(28, 부천)는 “초반엔 실제로 단조로운 게임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현재 국내외 유저가 늘면서 게임성에 대한 요구도 증가했다”며 “최근 게임성을 높인 P2E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어 점차 시장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게임에 코인과 채굴 개념이 더해지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만, 한국이 IT·게임 강국인 만큼 P2E 시장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P2E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내 도입에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P2E 게임의 국내 시장 확대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며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사행성 문제를 감당해야하는 게임사들의 자정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자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특히 게임은 청소년들도 쉽게 접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시장변화를 수용하기 이전에 업계가 충분한 준비를 마쳤는지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기영 한국외국어대 미래학 겸임교수는 “이미 익숙한 부동산·주식 등의 시장에도 사행성 요소는 늘 존재해 왔다”며 “P2E 게임의 사행성만 우려해 규제하기엔 기준이 다소 모호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다만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게임사들의 각사 코인 가치와 플랫폼 영향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P2E 게임들이 오히려 서민 경제 양극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고 시장을 더 길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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