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최태원표 리밸런싱 강조 2년…SK "합병이든 분할이든 본업 경쟁력이 기준"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7 15:20:56
물적분할·IPO서 흡수합병·매각까지…최 회장 '본원 경쟁력' 중심 재편
SK이노-SKIET·SK가스-SK어드밴스드 통합…AI 시대 맞춰 자본 재배치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해온 ‘리밸런싱’이 2년여 만에 한층 선명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물적분할 해 독립법인으로 키운 뒤 기업공개(IPO)나 외부 투자 유치로 성장자금을 확보했다면 최근에는 이미 떼어낸 자회사를 다시 모회사에 흡수해 계열사를 한데 묶는 사례가 생기면서다. 

 

 

▲[사진=챗GPT4]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7년 전 물적분할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최근 다시 품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수년간 강조해온 AI 트렌드에 따른 본원 경쟁력과 자본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다만 SK 측은 최근 이러한 흡수 합병을 두고 리밸런싱 방향 자체가 ‘분할에서 합병’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데는 선을 그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SK그룹의 사업재편을 관통하는 핵심은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보다 ‘어떤 구조가 본업 경쟁력과 자본 효율을 가장 높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 글로벌 경쟁 심화로 성장사업의 독자적인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점도 최근 리밸런싱 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에너지·반도체 등 그룹 핵심 사업의 중요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최 회장이 강조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성장성’ 중심에서 ‘현금창출력(캐쉬플로어)과 실행력’ 중심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SKIET 흡수합병으로 리밸런싱 기조가 달라졌다기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근본적인 방향은 본업의 경쟁력과 AI 시대 흐름에 맞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상황에 따라 흡수합병을 할 수도 있고 물적분할 이후 IPO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면 매각도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큰 틀에서 제시한 리밸런싱 기조하에 각 사업의 경쟁력과 자본 효율을 기준으로 수단을 달리 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SKIET·SK온 키운 '분할 공식' 변화…최태원표 "합칠 건 합치고 팔 건 판다"

 

과거 SK의 성장 공식은 비교적 명확했다. 미래 성장사업을 물적분할 등 별도 법인으로 떼어 전문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이었다. 

 

SK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사업의 물적분할로 출범해 2021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배터리 완제품 기업인 SK온 역시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돼 독립한 뒤 외부자금과 유상증자를 통해 공격적인 배터리 투자를 이어갔다. 사업을 독립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모회사의 직접적인 투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2024년을 전후해 재편 방식은 빠르게 달라졌다. 

 

사업을 떼어내 몸집을 키우기보다 필요한 사업은 다시 합치고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룹이 지난해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을 추진하면서 계열사별 투자와 사업 구조를 다시 들여다본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 SK이노·E&S '100조 에너지 공룡' 출범…SK온도 트레이딩·저장·윤활유 품었다

 

대표적 사례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11월 SK E&S를 흡수합병해 정유·석유화학·배터리와 LNG·발전 사업을 한 지붕 아래 묶었다. 

 

변동성이 큰 정유·배터리 사업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의 현금흐름을 결합해 재무 체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이었다. 

 

자산 약 100조원, 매출 약 88조원 규모의 통합 에너지 기업을 출범시키면서 최 회장이 그려온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 구상도 한층 구체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시너지를 통해 2030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편도 같은 흐름이다. SK온은 2024년 11월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흡수한 데 이어 2025년 2월 탱크터미널 사업자인 SK엔텀까지 합병했다. 

 

이후 윤활기유와 윤활유, 액침냉각 사업을 보유한 SK엔무브까지 품으면서 배터리 단일 사업의 성장성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났다. 이로 인해 트레이딩·저장·윤활유 등 현금창출 사업을 함께 갖춘 구조로 바뀌었다. 

 

또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AI 데이터센터 시대의 열관리 사업까지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SKIET·SK어드밴스드 다시 품고 비핵심은 매각…AI·반도체·에너지에 자본 재배치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IET의 합병은 ‘최태원표 리밸런싱’의 방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합병기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SKIET는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2024년 2910억원, 2025년 2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상반기에도 13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독립법인으로 성장시키던 사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다시 모회사 품으로 넣어 사업과 재무를 동시에 관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R&D(연구개발)·마케팅 등 중복 기능을 줄이고 모회사 신용도를 활용해 연간 약 600억원의 EBITDA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

 

석유화학에서도 ‘다시 합치기’가 이어진다. SK가스는 2014년 물적분할해 설립한 SK어드밴스드를 오는 11월 4일 흡수합병한다. 

 

SK어드밴스드는 중국발 프로필렌 공급과잉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025년 영업손실만 1400억원에 달했다. 

 

SK가스는 LPG(액화프로판가스) 원료인 프로판 조달부터 프로필렌 생산·판매까지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해 모회사 신용도를 활용해 차입 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사업 전문화를 위해 떼어냈던 회사를 업황 악화 국면에서 다시 합쳐 효율성을 높이는 셈이다.

 

최 회장의 리밸런싱으로 내세우는 핵심 전략은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은 매각하고 미래 핵심사업에는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SKC는 2024년 이후 SK피유코어와 SK엔펄스 일부 사업 등 비핵심 자산을 잇따라 정리해 투자재원을 확보했다. 

 

반대로 남아 있던 SK엔펄스는 SKC가 흡수합병해 반도체 사업 구조를 테스트소켓과 글라스기판 등 고부가 후공정 중심으로 압축했다. 

 

‘팔 것은 팔고, 합칠 것은 합치고, 키울 것은 키운다’는 최 회장식 선택과 집중이 현실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재계는 풀이한다.

 

신재생에너지에서는 외부자본을 활용한 ‘통합’ 카드가 등장했다. 지주사인 SK㈜는 사모펀드사인 KKR과 손잡고 SK이노베이션·SK에코플랜트·SK디스커버리에 흩어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묶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하는 구조로, 개별 계열사가 대규모 투자 부담을 떠안기보다 글로벌 자본과 손잡고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현재 약 1.7GW(기가와트) 수준인 운영 전력 용량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수요에 맞춰 2031년 10GW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재계에서는 최근 2년간 이어진 일련의 재편을 두고 최 회장의 리밸런싱이 ‘사업 개수 줄이기’를 넘어 그룹 자본과 현금흐름을 미래 핵심 분야로 재배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과거에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떼어내 IPO를 통해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었다다. 

 

이제는 전기차·석유화학 불황과 높은 자금조달 비용 속에서 모회사 신용도와 현금창출력을 활용하는 통합 방식이 더 유리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리밸런싱 핵심은 ‘합치느냐 쪼개느냐’가 아니라 AI·반도체·에너지 등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그룹의 자본과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몰아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적분할과 IPO, 흡수합병, 사업 매각, 외부자본 유치가 모두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인 셈이다. 최 회장이 추진하는 대대적인 사업 재편이 실제 수익성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SK그룹 리밸런싱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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