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41개서 지난해 말 1827개로 급증…2018년부터 8년 연속 매년 100개 이상 기업 신규 상장 기록
기술특례 등 모험자본 공급처 안착…테마주 쏠림·이전 상장 차단은 질적 성장의 잔존 과제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코스닥(KOSDAQ) 시장이 2026년 7월 1일부로 개설 30주년을 맞이했다. 1996년 7월 1일 미국 나스닥(NASDAQ)을 모델로 삼아 출범한 코스닥은 지난 30년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출범 초기 미미했던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팽창했으나, 격동의 역사 속에서 반복된 테마주 쏠림과 변동성 확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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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제작 |
한국거래소(KRX) 통계에 따르면 개장 초기 341개사에 불과했던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827개사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18년부터 8년 연속으로 매년 100개 이상의 기업을 신규 상장시키는 등 역동적인 진입 생태계를 증명했다.
출범 당시 약 7조 원 수준에 머물렀던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올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시총 600조 원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 조정 국면 속에서도 6월 말 기준 514조 원 규모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양적 성장의 이정표를 세웠다.
제조업 중심의 코스피(KOSPI) 시장과 달리 통신, IT,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2차전지 등 시대별 미래 성장 산업의 핵심 기업들을 증시로 끌어들이며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스닥의 30년 역사는 크게 세 번의 거대한 변곡점을 거쳤다. 첫 번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 버블(IT 버블)'기다. 1999년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과 맞물려 새롬기술, 다음 등 벤처 신화가 탄생했고, 2000년 3월 10일 코스닥 지수는 역사상 최고점인 2834.40(새 지수 기준 283.44)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어진 버블 붕괴로 지수가 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고,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는 첫 번째 시련을 겪었다. 당시 무분별한 우회상장과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이 잇따르면서 시장 전반의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번째 변곡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단행된 체질 개선과 '바이오 및 화장품 열풍'의 도래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당장 적자가 내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에 증시 문호를 열어주며 코스닥의 정체성을 한층 굳건히 했다.
이를 발판으로 셀트리온, HLB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하며 시장의 판도를 리드했다. 2015년 전후로는 K-뷰티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지수가 한때 800선을 돌파하는 등 과거 IT 단일 섹터 중심에서 벗어나 구조적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부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실패 소식과 공시 번복 논란이 재발하면서, 기술성 평가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시장의 압박도 동반 상승했다.
세 번째는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동학개미 운동'과 '미래 첨단 소재(2차전지) 쏠림' 현상이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양극재를 필두로 한 2차전지 대형주들이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독식하면서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80%를 넘나드는 초고변동성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됐다.
특정 섹터의 주가 등락에 따라 시장 전체 지수가 요동치는 현상이 임계점에 달하면서, 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펀더멘털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와 정계 전반에서 쏟아졌다.
이 같은 양적 팽창에 발맞춰 질적 성장을 위한 유관 기관의 제도적 노력도 다각도로 전개됐다. 한국거래소는 우량 기업들의 코스피 이탈을 방지하고 시장의 대외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24년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는 등 지정 제도를 정비했다.
아울러 불성실공시 유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무자본 M&A나 껍데기 상장사를 활용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 기업에 대한 퇴출 기준을 한층 격상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장 규율을 정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우량 기업들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코스피 시장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이전 상장 흐름은 고질적인 한계로 잔존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수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린 선택이지만, 코스닥 시장 입장에서는 간판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빼앗기며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고착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주주환원율이 주요국 기술주 시장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과 소액주주 보호 장치의 미비함도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장기 자금 유입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거론된다.
투자은행(IB)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향후 30년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수 늘리기식 외형 확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상장폐지 절차의 신속화를 통해 부실기업을 적기에 솎아내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들이 시장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을 코스닥 특성에 맞게 정교화하여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대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시장은 30년 전 자본 시장의 변두리에서 출범해 현재 국가 첨단 산업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안착했다. 다만 향후 30년의 도약을 달성키 위해서는 고질적인 테마주 중심의 투기성 자본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재편 작업이 완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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