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무덤' 락앤락 수장...이면엔 기업가치 하락에 조바심 논란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09-04 16:58:01
  • -
  • +
  • 인쇄
신임 사장에 이영상 대표...지난해부터 5번째 재선임
사모펀드 실적 부진에 책임 씌우기, 사측 "일신상 사유"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사인 락앤락이 두 달 만에 대표를 재선임하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총 4명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이 회사의 실적 부진에 조바심을 내면서 락앤락이 'CEO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락앤락은 신임 사장으로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이달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

 

▲ 이영상 락앤락 신임 대표(사장) [사진=락앤락]

 

이 사장은 보루네오 가구와 AIG손해보험, 오비맥주 등에서 일했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지냈다.

특히 그는 오비맥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락앤락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협력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사장의 선임으로 지난 7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던 천해우 부사장은 두 달 만에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천 부사장은 동남아 영업을 총괄하며 락앤락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인물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이번 대표 재선임으로 인해 천 부사장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새로 임명됐다.

업계는 최근 락앤락의 수장 교체가 너무 잦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시장에도 혼란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약 1년 7개월 새 락앤락의 대표 교체는 총 5번에 달한다. 최장기 대표직 유지 기간이 9개월로 1년도 되지 않는다.

락앤락은 지난해 1월 김성훈 대표 체제에서 김성훈·김성태 각자 대표 체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말에는 김성태 단독 대표 체제로 바꿨다. 이어 보름여 만인 같은 해 10월 중순에는 이재호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7월 천 부사장이 선임됐었다.
 

▲ 국제 소비재 박람회 ‘2023 암비엔테’에 참가한 락앤락 부스 [사진=락앤락]

 

사모펀드인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락앤락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 일가로부터 락앤락의 지분 62.5%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때 투자된 자금은 약 6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 이듬해인 2018년 김성훈 전 대표가 수장을 맡아 이 회사를 이끌어 왔으나 지난해부터 유독 잦은 인사교체가 거듭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수 후 락앤락의 연이은 실적 부진에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어피너티가 조급함을 내비친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쳐 전년도 대비 92.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성적도 좋지 않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6.3% 하락했다.

이러한 락앤락의 실적 감소세는 어피너티의 인수 후 지속돼왔다. 인수 당시인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이 516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2018년에는 365억원, 2019년 243억원, 2020년 289억원, 2021년 325억원으로 매해 꾸준히 축소됐다.

통상 기업 인수 후 5년 이내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엑시트 전략'을 감안할 때, 어피너티는 락앤락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 자리가 빈번하게 교체되고 있는 실정 역시 그 결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어피너티는 대표 교체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일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락앤락의 유상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감자비율은 13.69%이다. 유상감자가 진행 되면 발행주식은 기존 5020만 444주에서 4332만 6411주로 줄어든다. 또한 자본금은 12.5% 축소된다.

해당 유상감자를 통해 어피너티는 투자금 중 약 278억원을 회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잦은 대표 재선임이 대주주 어피너티의 영향이라는 시각에 락앤락 측은 각 전 대표 일신상의 사유였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락앤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표 등 수장 교체는 회사와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이 될 수 없고 일신상의 사유나 회사 상황 등에 따라 협의해 이뤄진다"며 "지난 7월 이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임하게 돼 천 부사장이 경영 공백 없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형규
김형규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엔씨소프트, ‘호연’·‘블레이드 앤 소울2’ 서비스 종료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게임 업계에서 드문 사건이 벌어졌다. 엔씨소프트가 하루 만에 두 개의 주요 타이틀을 서비스 종료하다고 발표했다. 아이온2의 성공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타이틀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엔씨소프트는 17일 공지를 통해 호연과 블레이드 앤 소울2를 순차적으로 서비스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2

KIND-현대로템, ‘해외사업 공동 발굴’ · ‘상호교류’ 위한 업무협약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이하 KIND)는 글로벌 철도 전문기업 현대로템주식회사(이하 현대로템)와 해외 철도사업 공동발굴 및 상호교류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16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세계 각국의 철도 인프라 수요 증가와 신규 노선 발주 추진 움직임에 따라 KIND의 해외 인프라 사업개발 역량과 현대로템의 철

3

국토부,철도공단·철도연·건설協, ‘디지털 원팀’ … ‘디지털 전환 로드맵’ 실행력 강화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국가철도공단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엄태영 의원이 주최하고, 철도기술연구원·(사)한국철도건설협회와 공동 주관하는 ‘2025 철도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스마트 건설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사업을 총괄하는 철도공단과 원천 기술을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