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서 “나를 청부살인 하려 해” 횡설수설…마약 간이 검사 ‘음성’
신림 동 이어 10여일만에 또 흉기 난동…교통사고 피해자 중 1명은 위독
전국시·도 경찰청장 긴급회의 소집…다중밀집장소에 경찰력 집중 투입
경찰, 63명의 대규모 수사전담팀 구성…수사 초기부터 프로파일러도 투입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10여일 만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범죄가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대형 백화점에서 피의자 최모(23)씨가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흉기 난동 직전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고의로 들이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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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소재 대형 백화점에서 시민 대상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
차량 돌진과 흉기 난동으로 20~70대 시민 14명이 차량에 치이거나 흉기에 찔려 다쳤다.
14명 중 1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으며 교통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인 60대 여성은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5시 59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50∼60㎝가량인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최씨의 흉기 난동으로 백화점 내부에 있던 피해자 9명이 다쳤다. 흉기 난동이 벌어진 백화점은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과 통로로 연결돼 있어 평소 오가는 시민이 매우 많은 곳이다.
최씨는 검은색 후드티 복장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에 든 흉기를 마구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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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지점. [그래픽=연합뉴스] |
최씨는 범행 직전 모닝 차량을 직접 몰고 백화점 부근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고의로 들이받는 사고도 냈다. 이로 인해 보행자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6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자발 순환 회복(심장이 다시 뛰어 혈액이 도는 상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은 신고 접수 6분 만에 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최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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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앞서 용의자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5명이 부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진은 용의자가 이용한 차량. [성남=연합뉴스] |
경찰은 검거할 때 최씨 몸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다른 시민의 신고로 인근 화분 뒤에 버려진 흉기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범행 현장 주변에서는 “범인이 여러 명”이라는 목격담이 돌기도 했으나,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일단 최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오래전부터 나를 청부살인 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하고 싶었다”는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진술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음주 상태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보다 정밀한 감정을 위해 최씨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씨가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정신 병력 등도 함께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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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한 현장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번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이날 즉시 분당경찰서 형사과장 등 21명, 남부경찰청 강력계·광역수사대·피해자보호계·프로파일러 등 41명 등 총 63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팀장은 분당경찰서장(경무관)이 맡는다.
전담수사팀은 프로파일러를 수사 초기 단계부터 투입해 피의자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8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어 ‘묻지마’ 범죄를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다중밀집 장소에 경찰력을 ‘즉각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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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며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러행위’와 같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또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국민들은 길거리에 나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가질 정도”라면서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선택한 만큼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112 순찰차와 기동대 인력을 다중밀집 장소에 투입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 합동순찰을 하기로 했으며,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른바 ‘살인예고’ 협박 등 ‘묻지마’ 범죄와 관련됐거나 유사한 사건에도 사이버·강력 등 기능을 막론하고 수사력을 모아 엄정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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