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리조트 인수, 삼촌 "싸게 샀다" VS 조카 "부적절"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제기한 금호리조트 인수 부적절 의견 등 주주제안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이달 주주총회에서 펼쳐질 표 대결을 앞두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정기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지난 1월 박철완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주장했던 ▲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선임 ▲ 보상위원회 신설 ▲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 전문성과 다양성 갖춘 이사회 구성 ▲ 재무적 안전성과 배당정책 변화 필요성 등 안건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다만 이익배당(배당금) 관련 안건은 현재 법원에서 주주제안의 적법성 심리가 진행 중인 상태로 추후 법원 결정에 따라 상정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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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동시에 박 회장 측은 그간 박 상무 측에서 주장해 왔던 현재 경영진의 기업가치 훼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전략’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는 과거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2025년 매출액 9조 원 목표 달성을 위한 ‘New vision’과 성장전략을 실었다.
앞서 박 상무가 제기했던 ‘주식가치 정체’, ‘기업가치 저평가’, ‘과다 현금 보유’, ‘낮은 배당성향’, ‘자사주 소각’, ‘비연관 자산 투자’, ‘핵심 사업 경쟁력 약화’ 등 부실 경영 지적에 대해서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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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
특히, 박 상무 측 공세가 집중됐던 ‘금호리조트 인수’ 건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치 관점으로 오히려 코로나19 시기에 저가 인수한 사례”라고 해명했다.
박 상무는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는 금호리조트 인수는 어떠한 사업적 연관성도 없고,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개인 최대주주로서 반대 입장과 함께 전면 재검토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번 금호리조트 인수를 부동산 자산 가치 관점에서 접근하면 저가 매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 자료=금호석유화학 |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금호리조트의 감정평가액은 7900억 원이며, 부채 3700억 원을 제외한 순자산가치가 4200억 원에 달한다. 인수가격은 2554억 원으로 결국 싸게 샀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부동산 거래 주요 사례로 역삼 르메르디앙 호텔과 용산 크라운 호텔 매각 건을 소개하면서 “리조트·호텔·골프장은 기존 용도가 아닌 부동산 가치 기반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감정 평가액과 별도로 추가적인 사업 가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리조트 경쟁력 강화와 유휴 자산 활용 등으로 코로나 이전 사업 수익력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박 상무는 이번 주총 안건들에 대해 “현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준비한 저의 개선 방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고 한 노력을 일부 인정한다”면서도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저평가의 원인이 되는 리스크들을 견제하는 데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주총회가 모든 주주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들이 세심하게 검토되는 자리인 만큼 회사가 절차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의 원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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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한편, 금호석화는 박 상무 측에 맞서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현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을 비롯해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경영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 사외이사 4인을 추천했다. 신규 사내이사에는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이 나서 박 상무와 자리를 다툰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본격적인 대결은 오는 26일 주총장에서 표결로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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