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명분 싸움 '팽팽'...주총 후 지분율 경쟁 '승부수'?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3-13 01: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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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전 '주주가치 제고' 명분 공방...일반 주주들 환호
박 상무, 모친·장인 등 지분 확보 잇따라...지분율 경쟁 신호탄?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간 명분 싸움이 팽팽하게 계속되는 가운데 지분율 경쟁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나타나 주총 이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달 26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 회장과 박 상무가 서로 금호석화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환원을 강조하며 명분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의견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공방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합성·일러스트=연합뉴스

 

◆ 주총 전 '주주가치 제고' 명분 공방 팽팽...일반 주주들 환호

12일 금호석화는 박 상무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 대한 의견표명서를 내놨다.

지난 10일 박 상무는 ‘회사의 주주환원 가능성 제고 및 경영 의사결정 투명성 확보’를 취지로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절차를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를 통해 진행한 바 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이례적인 절차다.

이날 금호석화가 낸 의견표명서에는 박 상무가 앞서 제안한 ▲배당 결의의 건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요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입장이 실려 있다.

이번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들을 상대로 박 상무 주장에 반대하는 근거를 내세우며 상세하게 설명한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 9일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와 함께 회사 측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성장전략’ 보고서에도 이미 언급돼 있다.

 

▲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서울=연합뉴스]

 

박 상무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저평가된 기업가치 정상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을 통한 거버넌스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회사 측 주장에 맞서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에도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들은 일반 주주들이 환호할 만큼 기대에 부합하는 명분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상무도 “지난 1월 자신이 주주제안을 통해 제안한 내용과 거의 동일한 안건들로 구성돼 있다”며 “금호석유화학의 현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준비한 저의 개선 방안에 동의하고 반영하려고 한 노력을 일부 인정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주총에서 이뤄질 표 대결은 현 경영진과 박 상무의 명분 싸움에서 한 걸음 더 떨어져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론에서 분명하게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배당금 액수와 금호리조트 인수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정도 외에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양측 모두 일반 주주들에게 회사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박 상무 측, 모친·장인 등 지분 확보 잇따라...지분 경쟁 신호탄?

이처럼 양측이 충실하게 명분을 쌓은 결과 오히려 이번 경영권 분쟁의 관전포인트는 주총에서 이뤄질 표 대결 이후 지분율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상무 측은 지난 2일 모친 김형일 씨가 금호석화 지분 0.08%를 매입하며 지분 확보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을 터트린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이 30억 원을 들여 0.05%를 사들여 이번 분쟁에 참전했다.

이로써 박 상무 측 지분율은 개인 최대주주로서 지분 10.03%에서 10.16%로 소폭 높아졌다. 다만 이번에 늘어난 지분은 이달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만큼 그 이후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 측은 본인 6.69%, 아들 박준경 전무 7.17%, 딸 박주형 상무 0.98% 등 14.84%를 보유하고 있어 아직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향후 지분율 다툼이 벌어지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진=연합뉴스]

박 상무가 박 회장 측과 본격적으로 지분율 다툼을 벌이면 우군으로 끌어올 수 있는 인맥도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무는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1남 3녀 중 외아들로 허만정 GS그룹 창업주 손자인 허 회장의 차녀 허지연 씨와 혼인을 맺었다.

누나들 혼맥도 재계와 모두 연결돼 있다. 큰 누나인 박은형 씨는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결혼했으며, 둘째 누나인 박은경 씨 남편은 장세홍 KISCO홀딩스(한국철강그룹 지주사) 대표다. 막내 누나 박은혜 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차남인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혼인 관계다.

박 회장 측과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세력을 넓혀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금호석화가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7조 원을 넘겨 저점 대비 주가가 급등한 상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14일 기준으로 8.16%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자사주를 제외하면 소액주주 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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