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지표는 41.6%↑…판관비 증액에 경영성과↓
'충당금적립금 상승'… 경제위기대응 총력
디지털혁신속도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과제'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경영전략 공통 키워드는 '영업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최근 1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ELS사태 여파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침체 가운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역할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메가경제는 각 지주사 간 하반기 전략 방향과 생존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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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취임한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디지털전환 속도를 내는 등 다양한 수익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탓에 경영성과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다.[사진=NH농협금융 제공] |
관료 출신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지난해 1월 취임하면서 '관치금융CEO'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지만 나름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홍콩ELS사태로 인해 1분기 성적표가 부진한 경향을 보이고, CIR지표 면에서도 악화돼 경영안정 및 수익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금융은 최근 AI기술 탑재로 인한 슈퍼앱 창조에 공을 들이는 등 디지털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후발주자로 나선 모습이어서 이 회장의 당면 과제는 비금융부문 차별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 1분기 성적 뒷걸음...충당금적립률은 8.23p상승
금융사 경력이 전무했던 이석준 회장은 취임초기부터 관료출신이라는 이유로 낙하산 눈총을 받아왔다. 이 회장은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경제부처를 거친 인물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쳐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기 전 주로 정부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 같은 이력 사항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관치금융 CEO"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곧 금융권은 이 회장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해왔다. 이 회장은 취임 초농협분야를 아우른 ‘농사같이 100대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해 농협금융의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임 초기 성적표는 안정적으로 출발했지만 지난해 홍콩ELS사태 여파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1분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512억원으로 취임 초기인 지난해 1월 (2조2343억원) 때보다 31.2%감소했다. 농협금융이 홍콩H지수 관련 ELS 보상손실로 3416억원을 손실로 인식한 이유가 크다.
그룹의 이자이익은 증가했다. 1분기 2조20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동기(1751억원)보다 8.6%늘었다. 그러나 비이자부문에서는 하락했다. 유가증권 운용손익의 감소 등에 기인했으며 올해 1분기 5046억원원으로 작년(2170억원)에 비해 30% 감소했다.
충당금적립률은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위기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204.68%로 전년 동기 대비 8.23%p 증가했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6%로 전년 동기 대비 0.15%p 증가, 전년 말 대비 0.01%p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57%, 8.68%를 기록했다.
기초체력도 안정적인 편이다. 농협금융의 NPL커버리지비율은 204.68%로 전년동기 대비 8.23% 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행도 20.01% 포인트 상승한 266.22%를 기록해 위기 상황에 대비한 모습이다.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56%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계열사들의 성적표는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홍콩 ELS 손실 배상액 등을 반영한 결과지만, 새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의 중심인 농협은행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31.2% 하락했다. 나머지 농협생명은 784억원, 농협손해보험 598억원, 농협캐피탈 1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증권업 부문에선 선방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동기 대비 22.4% 증가한 당기순이익 225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농협금융의 지분율 53.87%에 불과해 그룹에 기여한 순이익 규모는 1215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실적은 하락했지만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는 늘었다. 농헙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의거해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농협 계열사가 납부하는 분담금을 말한다. 1분기 농업지원사업비는 1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6억원이 증가했다.
농협금융은 “최근 우려가 높아지는 부동산PF 시장, 해외 대체투자, 중동전쟁 확전 등 점증하는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사업 기반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면서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체계를 강화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적 책임 이행과 함께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인 농업·농촌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CIR 지표 5대 금융지주 중 1등...경영개선 시급
경영효율성 지표인 CIR비율은 상승해 5대 금융지주 중 1등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경영 환경 상승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1.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37.8% 대비 3.8%p 상승했다. 타 경쟁사인 신한금융(35.9%), KB금융(36.9%), 하나금융(37.4%), 우리금융(40.6%)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CIR지표가 상승한 까닭은 판매관리비가 늘은 탓으로 분석된다. 1분기 판매관리비는 1조882억원에서 1조2056억원으로 10.8%증가했다.
'CIR'은 은행의 대표적인 경영효율성 지표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총영업이익 중 인건비·임대료 등 판매관리비의 비중을 나타낸다. CIR이 낮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내 경영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반면, 수치가 높을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판매관리비가 상승해 경영효율성이 악화됐는데 2분기엔 이를 개선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혁신모색...글로벌 사업 내실 내지기 '과제'
이 회장은 수익성 악화 및 관치금융 논란에 대한 이슈를 의식하듯 다양한 수익다변화 모색에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탑재한 슈퍼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비금융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디지털혁신을 강조해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생성형 AI를 농협 슈퍼플랫폼에 접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현재 AI, RPA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 2월까지 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경영방향으로는 ▲디지털 플랫폼 ▲농식품금융 ▲영업점포 영역에 혁신의 깃발이 꽂혔다.
핵심 계열사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AI 대화형 ATM 도입을 위한 '4무(통장, 카드, 인감, 비밀번호 무) 금융서비스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자동화기기에 AI 대화형 뱅킹과 얼굴 등 다양한 생체인증을 담아 비밀번호 입력을 생략하고 간단한 대화로 손쉽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농협은행이 제4인터넷은행(인뱅)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제4인뱅 인가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유뱅크 ▲더존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등이다. 이들 컨소시엄은 공통으로 소상공인·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제4인뱅 투자를 통해 기존에 강점을 보여온 농식품 금융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계열사인 NH농협카드도 디지털혁신전환에 나섰다. 간편결제 플랫폼인 ‘NH페이(NH Pay)’를 통해 전면 재구축에 착수했다. ‘NH농협카드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의 서비스를 결합해 ‘NH농협카드 통합 플랫폼’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복안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앱으로 카드 상품 검색, 발급 신청, 결제 이용, 내역 조회, 각종 신고 등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플랫폼의 범용성을 높인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금융편의 서비스와 생활편의 서비스를 확충해 간편결제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여줄 계획이다. 전기차충전소 안내, 캠핑 예약 등이 NH페이가 선보일 대표적인 생활 서비스다. 마이데이터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신용평점 관리, 정기 지출 분석과 같은 서비스가 도입될 전망이다.
글로벌 부문의 경우 타 경쟁지주사와 달리 후발주자로 나서 내실 나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신경(신용·경제 부문) 분리 이후 늦게 해외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협금융은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을 '핵심 전략적 현지화 거점 국가'로, 인도·캄보디아·미얀마 등은 주요 타깃국가로 결정해 해당 국가에서 금융지주와 계열사 간 협업 및 역량 집중을 통해 빠른 속도로 현지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개수로는 현재 총 10개국에 21개 네트워크(법인·지점·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는 타 경쟁지주사인 신한금융(20개국 169개), KB금융(14개국 697개)보다는 한참 뒤처진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1개국에 27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이익 비중을 10%까지 키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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