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 됐지만 논의 진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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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무제한 20%할인 혜택' 으로 외식혁명을 외치며 인기를 끌던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감독당국의 고발로 경찰이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했다. 대량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뒤늦게 대응에 나선 감독당국에 원성이 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9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머지포인트에 대한 내사 사건을 배당받고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경찰에 머지플러스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전날 오후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내려보냈다.
머지플러스가 받는 혐의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2개 업종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경우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영업해왔다.
금융당국은 서비스 형태로 봤을 때 머지포인트가 등록을 해야 하는 선불전자지급업에 해당하지만, 머지포인트가 수년간 이를 지키지 않고 무허가 영업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측에 정식 등록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지만, 머지포인트 측이 아직까지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경에 수사의뢰 했다"고 설명했다.
머지플러스측이 서비스 중단과 함께 90% 환불 실시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환불이 지연되고 회사가 오프라인 환불 운영도 중단하면서 고객들의 불만과 피해사례가 분출했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로 환불을 요구하는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온라인에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단체 채팅방, 카페 등이 다수 등장고,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 중엔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단소송, 형사고소에 나서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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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수백여명이 모여들어 거세게 항의하며 혼란이 빚어지자 경찰까지 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
여기에, 머지포인트가 제휴업체에 결제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3의 발권대행사를 통해 손실보상 대비를 해놓은 유통 대기업들은 금전적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포인트와 직계약 관계에 있는 다수의 개인사업자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머지포인트 판매 중단 사태도 뒤늦게 인지해 고객이 머지포인트로 수십만∼수백만원을 결제하는 것을 그대로 승인한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제휴 관계를 유지하던 영세 사업장 정보를 온라인상에 공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머지포인트의 적은 자본금(30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발행된 상품권을 책임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고의성을 갖고 소비자들을 속인 '사기'라 단정짓긴 아직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선점, 고객 확대 등의 목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는 경영상 측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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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사진= 연합뉴스] |
머지플러스측의 서비스 축소로 피해가 현실화되자 피해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키운 주역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금감원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등 주장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대책회의를 열고 상품권 등을 발행하는 65개 등록 선불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수석부원장, 전략감독·중소서민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 등과 함께 머지플러스 상황을 점검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불업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는 사례들을 파악·점검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기준 등록 선불업자 65개사에 대해서는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재점검하고, 또 전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선불전자지급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파산할 경우 이용자들이 충전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우려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놨으나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고객 자금을 외부신탁하거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점검 대상이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다.
국회는 이를 의무화하는 선불충전금을 보호하는 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급결제 권한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대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에서 야기된 문제이긴 하나, 환불 및 영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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