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축구공 속 꿈, 희망 잃지 마시길"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장대비가 쏟아지는 지난 23일 대한장애인축구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4 롯데 전국시각장앤인축구대회'가 열렸다. 롯데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열린 이 대회는 송파여성축구장과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23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며칠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맹위를 떨쳐 선수들이 뙤약볕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도와 시원한 빗속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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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 참가한 양 선수가 치열한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선수단은 서울과 경기, 충남, 충북 등 전국 5개 시도에서 71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또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선수들로 구성된 전맹부 4개 팀과 그나마 실낱같은 시력이 있는 약시부 4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졌다.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부상 예방을 위해 몸풀기에 돌입했다. 코치진의 구령에 맞춰 발목 돌리기부터 허리 스트레칭까지 온몸을 예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진행된 본경기는 마치 한편의 감동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부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공 속의 구슬방울 소리에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겅중 걸음으로 공을 향해 달려간다. 상대편 선수와 부딪치고, 방향을 잘못 선택해 펜스에 부딪히는 일도 다반사. 팔꿈치와 무릎이 까져도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 소리와 코치진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선수들과 몸싸움도 치열하다. 시각장애인 축구대회는 규정상 태클할 수 없기때문에 상대방의 발소리에도 촉각을 기울이며, 몸싸움해야 한다.
코치진은 구장을 바둑판처럼 형상화에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3·4로 뛰어, 바로 슛해"라는 지시에 한 선수가 3번 구역으로 달려간다. 뒤에 숫자 '4'는 골대와의 거리를 의미한다. 골대를 4m 앞두고 멋진 슛을 했지만, 좀처럼 쉽게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선수단 중 유일하게 앞이 보이는 선수 포지션이 골기퍼이기 때문이어서다.
전반전 15분을 마친 선수들이 10분간 휴식을 위해 구장 밖으로 나오면서도 후반전 승부를 내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다. 코치진은 상대 팀의 허점이 드러났다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고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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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 시간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공격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메가경제] |
휘슬 소리와 함께 시작된 후반전 경기는 '골'과 함께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선수들과 이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쏟아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2002 월드컵' 광화문 광장이 부럽지 않은 함성에 선수들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달렸다.
이틀간 이어진 축구 경기는 전맹부에선 화성시각축구단이, 약시부에서는 충북이글FC가 각각 우승을 거머쥐었다.
시각장애인 축구 경기는 5인이 한 팀을 이룬다. 4명의 선수는 전맹인으로 구성되며 골키퍼는 정안인 또는 저시력인 선수가 포함된다. 축구공은 특수 제작된 방울이 들어가 있어 청각과 촉각만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선수들은 눈에 아이 패치를 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머리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전후반 15분씩 경기를 진행하며, 휴식 시간은 10분이다.
이번에 열린 '2024 롯데 전국시각장앤인축구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도 겸하고 있어 우수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로 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시각장애인 축구는 장애인축구 종목 중 유일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종목이다.
아직까지 인프라 부족과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아 시각장애인 축구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많다.
시각장애인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진국 처럼 선수들이 축구만 할 수 있도록 생계비 지원 등과 같은 현실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하며, 시각장애인 전용 구장도 지역별로 만들어져야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축구대회를 후원한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장애인스포츠 지원사업은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분들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선수들이 협동과 배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장혜선 이사장은 경기 시작 전 시각장애인 선수들과 만나 본인을 소개하며, 선수 한명 한명 손을 잡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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