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재용 회장의 시대를 열었다.
최근 세계 경제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가운데 '이재용의 뉴삼성'이 난관을 뚫고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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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소감 밝히는 이재용 회장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인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1991년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입사한 지 31년 만이자 2012년 부회장직에 오른 지 10년 만이다. 이틀 전에는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총수로 지정됐지만, 공식 회장 직함은 4년이 지난 뒤에야 달게 됐다. 실질적인 총수임에도 부자연스럽게 달고 있던 부회장직을 벗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행사나 취임사 발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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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사진=연합뉴스] |
이 회장의 뒤늦은 회장 취임은 삼성의 시계가 느리게 돌아간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석에 누운 뒤 삼성의 리더십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회장을 향하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듬해인 2017년 2월 뇌물 제공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다시 수감됐다가 같은 해 8월 가석방을 받았다.
이후 '뉴삼성'의 밑그림을 그리며 글로벌 현장 행보를 보이는 등 경영 현안을 챙겼고, 올해 5월에는 반도체와 바이오를 두 성장 축으로 신사업과 함께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복권이 결정돼 취업제한 해제와 함께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복권 후 첫 현장 행보로 용인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사업을 먼저 챙겼고, 삼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을 잇달아 둘러보며 임직원들과 소통에 적극 나섰다.
이달 11일에는 2015년 이후 7년 만에 송도 캠퍼스를 찾아 '제2의 반도체'인 바이오 사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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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는 이재용 부회장(맨 왼쪽). [사진=삼성전자 제공] |
하지만 얼어붙은 세계 경기 속에 삼성의 핵심 캐시카우인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직면하는 등 이 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날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나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인 5조 12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23조 원으로 경쟁사인 대만의 TSMC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향후 사업 전망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남아있는 사법 리스크도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계열사 부당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이 매주 진행 중으로, 회장 취임을 공식화한 첫날에도 이 회장의 발길은 법원을 향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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