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보장 없는 윗선 차원의 아이디어로 논란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펫보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보험업계에서는 '탁상행정'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펫보험 관련 상품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일부 손해보험사들만 취급하고 작년 가입률이 0.9%일 정도로 시장 형성조차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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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최근 펫보험 활성화 대책을 야심 차게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자료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삼성생명이 펫보험 전문 소규모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사회 공익 제고를 위한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다른 부처들과 비상경제장관회의 거쳐 공개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심지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선진국에서 펫보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있으나 국내 시장 상황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팔리지도 않을 보험상품을 만들어 내놓으라고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도 일부 보험사나 보험상품 특약 등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가입률이 1%도 안 되는 시장에 진심으로 뛰어들 보험사가 있을지 궁금하다”며 “당국이 시장수요도 없고 동물병원 진료 인프라도 갖추지 않고서 섣부른 아마추어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방안’은 보험료를 낮추고 전문보험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또 동물병원이나 펫샵에서 펫보험 가입은 물론 간편청구·건강관리 원스톱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해 개인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2018년 635만마리에서 4년만인 작년 799만마리로 급증했다는 추산과 일부 설문조사결과 높은 치료비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논리다. 실제로 동물병원 반려견 감기 치료비는 8만원 수준인데 키우는 개인의 83%가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반면 영국 25%, 일본 12.5% 등 일부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0.9%의 펫보험 가입률을 높일 방안에 대한 당국의 언급은 없었다. 대신 금융위 관계자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 2곳 정도가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신규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한 곳은 펫테크 업체, 다른 한 곳은 기존 보험사가 다른 전략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자회사 형태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정부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인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 진료 인프라를 개선하고 둥물의료·보험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수의·보험업계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손보사들은 진료항목과 진료비 표준화 등 수의업계에서 동의하는 문제를 포함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 펫보험 전문업체 설립이든 신상품 개발이든 이어질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떤 의도에서 추진됐는지는 모르나 업계 상황을 모르는 정부 당국자들의 탁상에서 나온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다”며 “수익 없는 상품개발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모 회사에서 시장수요와 사회적 파장을 무시한 채 출시 하루만에 판매를 중단한 독감관련 보험이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주도의 펫보험 제도개선이 그 꼴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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