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우울증 원인 해당, 면책사유 해당 지급 거절"
법원 "외부적 요인, 자유로운 의사결정 할 수 없었다"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에 대한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과 관련 보험사와 가입자 유족 간 소송에서 법원이 재해로 인정해 유족 측 손을 들어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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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 지급 분쟁 소송에서 소비자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와 이목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
4일 메가경제가 취재한 결과 서울중앙지법(판사 김주옥)은 지난달 28일 가입자 A씨의 유족이 자살이라는 행위에 따른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농협·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 상대로 낸 공동소송에서 1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간 자살행위로 인한 보험금 지급 분쟁의 경우 대다수 보험사들은 자살행위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경우로 보고,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받은 이력 등의 근거를 살펴본 후 면책 사유로 취급했다.
실제로 보험약관에선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 자살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질환·심신미약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경우 법원이 가입자가 과도한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의가 아닌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본 결과, 고인은 부산에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해양과학수사센터에서 복무한 직업 군인이었다. 그는 복무기간 중 농협·메리츠 등 3곳 보험사의 군 복무 청년에 대한 상해보험 자동가입을 했고, 나머지 1곳 보험사만 유족 가족인 배우자가 가입한 곳이었다.
A씨는 2022년 1월부터 4월말까지 해당 일터에서 근무를 하다 상사의 과도한 지시사항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 등 상당한 스트레스로 결국 센터장 내 화장실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에게는 배우자와 어린 자녀가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배우자 B씨는 4곳 손보사 상대로 당시 상사의 지나친 괴롭힘이 심신상실 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사유로 재해에 해당하는 보험금 지급 신청을 했으나, 이들 보험사는 가입자의 고의사망을 면책사유로 들어 지급 거절을 했다. A씨의 가족은 결국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 끝에 2023년 5월 소송을 제기, 1년 3개월 법정 다툼 끝에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사망한 A씨의 상태가 의식이 충분함에도 자살이었는지 부분을 면밀히 살펴봤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정신과 진료 치료를 받지 않은 점, 외부적 스트레스 원인이 상당해 우연한 사고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가입자 A씨의 가족에게 총 2억 5000만원 보험금 중 1억 6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9000만원의 경우에는 유족 대리인 변호사가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유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유한해송 소속 문동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보험약관상 고의, 자살, 심신상태 저하 등의 면책사유가 있음에도 자살로 인정받은 경우라 다른 자살보험금 소송다툼과는 다소 다른 의의가 있다"라며 "목을 맨 방식에 이르기까지 가입자의 심신불안상태 등이 외부적 요인 이유가 크다고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망보험금 분쟁이 종종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편, 보험금 지급을 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이번 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법무팀에서 자세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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