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메리츠 등 손보사, 스스로 생 마감 군인 보험금 지급 다툼...유족 승소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09-04 15:29:22
  • -
  • +
  • 인쇄
군인가입자 유족 "상사 심리적 폭력 극심한 스트레스 못이겨"
보험사 "우울증 원인 해당, 면책사유 해당 지급 거절"
법원 "외부적 요인, 자유로운 의사결정 할 수 없었다"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에 대한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과 관련 보험사와 가입자 유족 간 소송에서 법원이 재해로 인정해 유족 측 손을 들어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군인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 지급 분쟁 소송에서 소비자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와 이목을 끈다. [사진=연합뉴스]

 

4일 메가경제가 취재한 결과 서울중앙지법(판사 김주옥)은 지난달 28일 가입자 A씨의 유족이 자살이라는 행위에 따른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농협·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사 상대로 낸 공동소송에서 1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간 자살행위로 인한 보험금 지급 분쟁의 경우 대다수 보험사들은 자살행위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경우로 보고,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받은 이력 등의 근거를 살펴본 후 면책 사유로 취급했다.  

 

실제로 보험약관에선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 자살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질환·심신미약 등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의 경우 법원이 가입자가 과도한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의가 아닌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본 결과, 고인은 부산에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해양과학수사센터에서 복무한 직업 군인이었다. 그는 복무기간 중 농협·메리츠 등 3곳 보험사의 군 복무 청년에 대한 상해보험 자동가입을 했고, 나머지 1곳 보험사만 유족 가족인 배우자가 가입한 곳이었다. 

 

A씨는 2022년 1월부터 4월말까지 해당 일터에서 근무를 하다 상사의 과도한 지시사항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 등 상당한 스트레스로 결국 센터장 내 화장실 안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에게는 배우자와 어린 자녀가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배우자 B씨는 4곳 손보사 상대로 당시 상사의 지나친 괴롭힘이 심신상실 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사유로 재해에 해당하는 보험금 지급 신청을 했으나, 이들 보험사는 가입자의 고의사망을 면책사유로 들어 지급 거절을 했다. A씨의 가족은 결국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 끝에 2023년 5월 소송을 제기, 1년 3개월 법정 다툼 끝에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경우 사망한 A씨의 상태가 의식이 충분함에도 자살이었는지 부분을 면밀히 살펴봤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정신과 진료 치료를 받지 않은 점, 외부적 스트레스 원인이 상당해 우연한 사고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가입자 A씨의 가족에게 총 2억 5000만원 보험금 중 1억 6000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9000만원의 경우에는 유족 대리인 변호사가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유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유한해송 소속 문동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보험약관상 고의, 자살, 심신상태 저하 등의 면책사유가 있음에도 자살로 인정받은 경우라 다른 자살보험금 소송다툼과는 다소 다른 의의가 있다"라며 "목을 맨 방식에 이르기까지 가입자의 심신불안상태 등이 외부적 요인 이유가 크다고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망보험금 분쟁이 종종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입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행위에 대한 사망보험금 지급은 보험사들이 보험약관 면책사유를 이유를 들어 거절하기 마련"이라며 "가입자들의 사유나 극단적인 선택 방법에 따라 케이스 대 케이스 이나 이번 사례의 경우에는 정신적 치료를 위해 병원에 들리지 않아도 자살로 인정받을 수 있다라는 법원 해석에서 조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금 지급을 해야 하는 보험사들은 "이번 건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들 보험사들은 "법무팀에서 자세하게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혜원
문혜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빙그레, 23년 만에 회사채 발행 추진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빙그레가 23년 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달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6일 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최대 1000억원까지 추가 발행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면 송연리에 위치한 빙

2

강원랜드, 2025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참여기업 공모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강원랜드(대표이사 직무대행 최철규)는 청년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폐광지역 이전과 기업성장을 지원하는 ‘2025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선발 공모가 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는 폐광지역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 지방시대위원회

3

KT알파 쇼핑,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 개시
[메가경제=심영범 기자]KT알파 쇼핑이 8일부터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KT알파 쇼핑은 9월 30일까지 10% 할인쿠폰 매일 증정, 골드코인 경품 추첨 등을 실시한다. ‘황금 추석 골든 혜택’ 프로모션을 통해 추석 대상상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10% 할인쿠폰을 지급한다. 프로모션 기간 내 매일 쿠폰이 발행돼 1일 1회 사용 가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