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금고는 오너 쌈짓돈”...사주 일가, ‘회삿돈 빼돌리기’ 탈세 백태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4-27 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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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법으로 회삿돈을 마음대로 쌈짓돈처럼 빼돌려 탈세
오너 일가, 편법 증여로 부의 대물림 이어가...국세청 적발

#1. A 그룹 사주 부친이자 70대 후반인 창업주는 아들 형제와 함께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15~25억 원의 급여를 타내고, 다른 공동대표와 달리 퇴직 적전 급여를 대폭 올려 수백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 챙기는 등 사주 일가가 기업이윤을 독식했다.


또한 B사는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C사에 인력과 기술을 지원하고 받아야 할 수백억 원 상당의 기술지원료를 적게 받아가 간접적으로 사주 자녀에게 이익을 몰아줬다. 직원 출장비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환전한 뒤 해외에 체류 중인 사주 자녀의 유학비로도 유용했다.

#2. 주력 계열사인 E사는 장기간 영업활동으로 경제적 가치를 높여온 기업 상표권(CI)을 사주 일가가 100% 지배하는 D사에 무상 이전하고, 이후에 광고선전비로 CI 사용료 수백억 원을 계속 지급했다.

D사는 이전받은 CI의 일부를 변경 출원하고, 로고 제작비 등 상표권 개발비와 광고비 지출이 미미해 상표권 가치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 D사는 계열사로부터 고액의 CI 사용료를 뜯어내 사주 일가에게 급여와 배당으로 대부분을 지급했다.

#3. F사 사주는 자녀들에게 본인 소유 주식을 전부 증여했고, F사는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해 지배하는 회사로 바뀌었다. 사주는 주식 증여 후 2년도 되지 않아 F사에 가격이 급등하는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액의 절반 수준으로 싸게 넘기고, 자녀들은 이를 통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사주는 이 강남 땅을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해 양도소득세를 줄이고, 사주 자녀 또한 저가로 땅을 취득해 얻은 증여 이익에 대해 증여세 신고를 누락시켰다.

#4. 사주는 아파트 신축사업 개시 전에 시행사인 G사 주식을 초등학생인 손자에게 증여했다. G사는 건설사인 사주 지배회사의 전사적 지원으로 분양에 성공해 거액의 이익을 얻게 됐다. 미성년자인 사주 손자는 지배기업의 사업이익을 독식해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세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재산증식 기회와 이익을 독식하는 등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 세무조사 실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사주 일가가 다양한 수법으로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빼돌리며 탈세를 저지른 정황이 국세청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탈세 혐의로 조사 중인 사주들의 재산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9조 4000억 원에 달하며, 일가 합계로 평균 3127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주 1인당 급여는 약 13억 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 수준(3744만 원)의 35배에 이른다. 

 

▲ 자료=국세청


이번 조사 대상 중 고액급여·퇴직금, 무형자산 편법 거래 등 이익 독식 탈세 유형은 15건으로 조사됐다.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다른 임직원보다 과도하게 많은 급여를 받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후에도 고문료 명목으로 사실상 급여를 챙기고,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급여를 퇴직 직전에 합리적 이유 없이 큰 폭으로 올린 뒤 고액 퇴직금을 부당하게 타낸 사례가 국세청 조사로 밝혀졌다.

또 회사가 개발한 상표권·특허권 등 무형자산을 사주 명의로 등록하고 높은 사용료를 가로챈 사실이 적발됐다. 

 

▲ 자료=국세청


불공정 부동산 거래, 미공개 정보이용 등 변칙증여 탈세 유형도 11건이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자 가운데 불공정 부동산거래 관련 금액은 총 1400억 원대로 향후에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의 토지를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자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사주들은 자녀의 지배회사에 개발예정부지 및 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 또는 무상으로 이전한 뒤 계열사를 동원해 부동산 사업을 성공시키는 수법으로 개발이익을 편법 증여했다. 
 

▲ 자료=국세청

 


자녀에게 부동산 보유회사의 주식을 증여한 이후 그 회사에 서울 강남에 있는 노른자위 땅을 헐값에 넘겨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이나 신제품 개발과 같은 미공개 정보를 은밀하게 주고받아 부의 대물림을 변칙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기업자금을 유용해 호화사치·도박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탈세도 4건이 드러났다.

임직원 명의로 회사를 세워 정상거래로 가장해 기업자금을 빼돌린 뒤 최고급 아파트와 슈퍼카 등을 구입하고, 편법으로 기업자금을 유용해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사익편취, 편법과 특혜를 통한 부의 대물림과 같은 반칙·특권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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