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앞둔 중대재해법 시행 두고 갈라진 노사...보완 촉구 목소리 커져

김형규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5 16: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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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기업에 면죄부 준 꼴...“중대재해 핵심 빠져있다”
경제계, 시행령 문구 모호...경영책임자에 과도한 처벌 우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반년 앞둔 산업현장에서 법 적용의 실효성을 두고 노동계와 경제계 양측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며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노동계에서는 기업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에, 경제계는 책임 규정이 모호해 법 시행 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15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 시행령에 2인 1조, 과로사 근절, 안전작업을 위한 인력 확보 등 중대재해의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또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 참사는 2인 1조 작업이 매뉴얼에 있었음에도 인력이 부족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이 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책임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관련 긴급토론회 [사진=연합뉴스]

 

반면에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 단체들은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가 시행령에서도 불명확해 경영자가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지난 14일 주요 기업 안전·보건관계자와 업종별 협회가 참석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번 시행령의 문제점과 함께 경제계의 요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충실하게’, ‘적정한 예산’, ‘적정한 비용과 수행 기간’, ‘적정규모 배치’, ‘충분한 상태’ 등 시행령에 규정된 모호한 문구들로는 경영책임자의 의무범위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행령 제정안으로는 내년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장 혼란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개인의 부주의 등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법률 수정이 필요하고, 법령을 구체화하는 보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연합뉴스]

 

양측의 이 같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시행령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10일에는 충남 공주에 있는 한일시멘트 공장에서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를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는 ‘비정형 작업’이라 불리는 정비‧청소‧수리 등 업무 중 발생하는 전형적인 끼임 사고로 보고 있다.

기계 가동 중지 등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비정형 작업 중 사고는 주로 50인 미만 소규모 작업장에서 벌어진다. 50인 이상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법으로는 대다수의 끼임 사고 예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시행령이 입법예고를 시작한 다음 날에는 조선소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13일 새벽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도장공장에서 또 다른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도장공장의 지붕 철제 슬레이트를 교체하다 안전줄이 끊어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추도문을 통해 "회사는 현장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2차례 중대 재해 이후 다시는 안전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모든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안전 대책을 이행하는 중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2월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철판에 부딪혀 숨졌고, 5월에는 용접작업 도중 추락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사망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 추락사고가 발생한 현대중공업 조선소 도장공장 지붕[사진=연합뉴스]

 

한편, 산업계도 중대재해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안전강화 대책을 앞다퉈 쏟아내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2일 법정 안전관리비 외에도 안전강화에 자체 비용(이하 안전강화비)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기존 국내 건설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에 따라 전체 공사 금액 중 1.20%에서 3.43% 범위 내 안전관리비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이 같은 법정 예산 외에도 현장별 자체 판단 하에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경우 즉각 조치할 수 있게 안전강화비를 따로 편성하기로 한 것이다.

 

 

▲ [사진=삼성물산 제공]

 

고윤기 로펌 고우 변호사는 “법 자체가 다소 모호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시행령을 통해 어느 정도로 자세히 규정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특히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중대재해의 개념 정의 구체화가 제일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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