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총수 장남 회사에 일감 몰아주고 주식 싸게 넘겨...공정위 ‘솜방망이’ 제재 논란

이석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7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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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회장 장남 지분 100% 개인 회사에 70억 규모 계열사 부당지원
과세당국 눈 피하려면..."미성년자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법인이 낫다"

국내 1위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총수인 김홍국 회장의 장남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 행위로 경영권 승계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지 무려 4년 만에 결론을 내놨지만, 총수에 대한 검찰 고발 없이 과징금도 50억 원 미만에 그쳐 솜방망이 제재 논란이 일고 있다.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공정위는 국내 대기업집단 31위 하림그룹의 계열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올품’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 88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는 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8곳으로, 총 38억 900만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올품은 10억 7900만 원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림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 2010년 8월경부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증여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림 그룹본부가 2010년 8월 19일 작성한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 및 지분이동’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시 미성년자인 장남 김 씨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법인에 증여하는 것이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다(특히, 명의신탁 관련 의혹 일부 해소)’고 판단했다.

이에 2011년 1월경 지주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과 한국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썸벧)을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두고, 김 회장이 2012년 1월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장남에게 넘겨 제일홀딩스(현 하림지주)의 최대 지분(자연인)을 확보하게 했다.

이후 올품은 오너 2세의 경영권 승계자금 마련 및 그룹 재배구조 강화를 위해 김 회장과 그룹 본부의 개입 아래 계열사들로부터 과다한 이익을 챙겨왔다는 게 공정위가 내린 결론이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인베스트먼트는 애초에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지만, 2012년경부터 전체 시장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돈용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복제약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복제약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 제품과 차별화가 어려운 데다, 한국인베스트먼트가 양돈용 시장에서 사업역량이 검증되지 않고 인지도가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약품 수요자인 그룹 계열 양돈농장 5곳(팜스코,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은 김 회장과 그룹 본부의 지시와 개입에 따라 선택의 여지 없이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기존 각사별 구매에서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 방식으로 바꾸면서 물량을 몰아줬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또 계열농장들은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제품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품은 대리점들이 자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계열농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대리점별로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내부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마진을 제공하는 소위 ‘충성 리베이트(Loyalty Rebate)’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2012∼2016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이전보다 약 2.6배나 증가했다.

올품은 계열 사료회사들로부터도 같은 방식으로 통행세를 걷었다.

선진, 제일사료, 팜스코 등 계열 사료회사들은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을 거쳐 사료첨가제를 통합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매대금의 약 3%에 달하는 중간마진을 챙겨줬다. 이 과정에서 올품은 총 17억 2800만 원의 부당 이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정에서 올품에 주식을 헐값에 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하림은 2011년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한 옛 올품의 NS쇼핑 지분 3.1%가 자회사 행위제한규정 위반에 해당돼 2013년 1월까지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부딪쳤다.

해당 지분 중 0.5%는 2012년 11월 외부 사모펀드에 매각했으나 나머지 2.6%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2013년 1월 하림지주가 보유한 옛 올품 주식 100%를 현 올품에 매각했다. 당시 올품은 지주사 체제 밖에 위치해 법 위반을 피할 수 있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옛 올품의 지분 매각은 거래당사자인 하림지주와 현 올품이 배제되고 김 회장의 경영권 지원조직인 그룹 본부 경영지원팀 전담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옛 올품 지분 가치의 평가가 현 올품에 유리한 방법으로 결정됐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주식 매각 시점 당시 NS쇼핑 주식 거래 시세는 최소 5만 3000원에서 최대 15만 원으로 회사 측이 취득원가로 평가한 주당 7850원보다 최소 6.7배에서 최대 19.1배 높은 가격이었다.

올품은 NS쇼핑 지분 가치를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평가해 옛 올품의 지분을 저가에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결론이다.
 

▲ 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동물약품 고가 매입(32억 원), 사료첨가제 통행세(11억 원), 옛 올품 주식 저가 매각(27억 원) 등 하림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이 약 70억 원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 사건 지원행위는 총수 2세가 지배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 및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올품의 사업상 지위를 강화하는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난 2017년 조사에 착수해 4년이나 끌어온 문제에 대한 결론이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림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 제기로 맞대응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첫 직권조사 대상 대기업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 규모가 턱없이 적은 데다 김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도 이뤄지지 않아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대부분의 행위가 중견기업 집단 시기에 발생한 점을 많이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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