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즐기는 문화에서, '공감대' 형성 이정표
[메가경제=정호 기자] 서브컬처가 특정 마니아층만 공유하는 취미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로 성장했다. 지난 7일~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AGF(애니메X게임 페스티벌) 2024'는 약 7만2000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올해는 1전시장 1~5홀 전체로 공간을 확장했으며 총 75개사가 참가했다. 서울에서 열린 한 주류박람회에 약 6만명이 몰린 것과 비교해도 1만명이 많은 셈이다.
5년간 행사가 거듭된 'AGF 2024'는 소위 덕후 문화의 '메카(성지)'로 불리는 일본과 비교해도 규모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30대 여성 일본인 관람객은 "일본이 '오타쿠(특정 대상에 깊이 빠져 있는 경우)' 종주국이라고 불리지만 사람들의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한 열정은 일본 못지않은 것 같다"며 "높은 의상 재현도를 갖춘 코스프레부터 부스를 관람하고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 일본에서 보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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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 중앙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부스걸들.[사진=메가경제] |
관객 만족도 면에서도 올해 행사는 행사장을 넓힌 만큼 행사장 내부가 쾌적해졌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최근 사회생활 새내기가 됐다는 20대 중반 남성은 "지난해에는 입장하는 데 1시간을 기다렸다면 이번에는 들어오는데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행사장 내부도 많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개선점 또한 남았다.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은 20대 여성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쾌적해지긴 했지만 아직 쉴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액정·모니터로 즐기던 게임, 문화까지 더하면 재미 백만배
올해 AGF에서는 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는 평소 게임을 즐기는 팬층과 소통 확대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7주년을 맞은 페이트/그랜드오더 부스는 몰려드는 관객들로 45분 정도의 대기줄을 형성하기도 했다. 브라운더스트2 또한 기존 유저들에게 캐릭터를 어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굿즈샵에서는 일부 상품이 1시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관련 부스 외곽에서는 게임 캐릭터로 변장한 부스걸들을 향한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물결쳤다. 내부에서는 돌림판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는 물론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를 녹음한 성우들과 함께하는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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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그오 부스 앞에 몰린 관람객들[사진=메가경제] |
페그오 부스에서는 '페잘알 OX 서바이벌 퀴즈'를 비롯한 이벤트와 퀴즈 등으로 팬들과 소통 확대에 나섰다. 특히 액티비티 콘셉트의 체험 이벤트는 발판을 밟고, 버튼을 터지하고, 망치를 내려치는 등 구성으로 부스만의 재미로 자리매김했다.
냇마블 관계자는 "많은 이용자들이 이벤트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며 "공식 방송을 진행하며 이 행사장을 오지 못한 유저들도 행사를 간접 체험하며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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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더스크 부스 특설 무대에서 촬영에 임하는 부스걸들[사진=메가경제] |
브라운더스트2 부스에서는 서비스 1.5주년을 기념하며 바니걸 복장을 입은 부스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부스 외곽은 네온사인을 이용해 클럽을 연상시켰으며 안쪽에서는 다트 던지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부스 반대편은 키링, 티셔츠, 아크릴 스탠드 등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을 나눴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브라운더스트2가 AGF 2024에 부스를 마련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들이 많은 것을 재확인하는 자리였고 다음에는 더 많은 이용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굿즈샵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으며 캐릭터 베개 커버 같은 경우는 1시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미리 게임팬층 확보나선 프로젝트C·로스트소드
라이온하트스튜디오 '프로젝트 C'와 위메이드커넥트 '로스트소드'는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작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서브컬처 게임은 이탈 유저가 적은 장르로 알려졌다. 서브컬처 장르의 팬층을 겨냥한 행사인 만큼 관련 신작들의 등용문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AGF 2024가 가진 특징이다.
프로젝트 C는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미소녀 캐릭터들과 교감하며 모험을 해나가는 RPG다. AGF 2024 부스에서는 학교를 배경으로 삼은 만큼 라커룸, 수련실, 운동장 등을 재현했다. 관람객은 이 장소들을 돌아다니며 룰렛, 핀볼, 링던지기 미니게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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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C부스에서 미니게임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사진=메가경제] |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관계자는 "AGF 2024에서 '프로젝트 C' 이용자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삼은 만큼 많은 이용자들이 '프로젝트 C'에 대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이 해소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형 서브컬처 RPG를 표방하는 로스트소드는 미소녀 캐릭터들과 '성검'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현장에서는 이 스토리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시연존과 코스프레 공연 등 이벤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위메이드커넥트는 전작 '소드마스터 스토리' 보다 진보한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메이드커넥트 관계자는 "전작 소드마스터스토리보다 그래픽과 스토리, 액션 전부 발전했고 이번 시연을 통해 유저들의 게임 이해를 돕고 있다"며 "게임을 미리 체험해 본 유저들 또한 전작보다 더 재밌다는 평이 많았으며 사전예약을 신청하는 유저 수가 더욱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내가 좋아하면 '대세' AGF의 정체성은 '취존'
'애니메X게임 페스티벌(AGF)'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전부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행사다. 게임과 애니메이션만 아우르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로 감상했던 특촬물은 물론, 후레쉬맨부터 건담 프라모델, 카드게임인 유희왕 등 추억을 자극하는 캐릭터 IP를 전부 수용한 점이 행사의 재미를 더한다. 코스프레한 관람객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관람객마다 현장을 즐기는 방법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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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프레 모델들과 사진을 찍는 관람객의 모습.[사진=메가경제] |
코스프레를 한 중학생 관람객은 "이번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의상을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며 "같이 사진을 찍고 내가 변장한 캐릭터를 알아봐 주는 관람객이 있어 더욱 행사가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캡콤의 액션게임 용과함께의 등장한 마지마 고로의 코스프레를 한 30대 방문객은 "뉴질랜드의 살고 있어 가족을 통해 티켓팅을 겨우 할 수 있었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하면서 크게 기대했다"며 "이 캐릭터를 알아보는 분들도 많아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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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투스플랫폼은 우주특공대 바이오맨과 빛의 전사 마스크맨의 시그니처 무기 각각 빅애로우·쇼트봄버 조명 굿즈를 공개했다.[사진=메가경제] |
같은 IP라도 시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지만 가치관을 공유하는 수단이 된다. 컴투스홀딩스의 자회사 컴투스플랫폼도 AGF를 통해 우주특공대 바이오맨과 빛의 전사 마스크맨의 시그니처 무기 각각 빅애로우·쇼트봄버 조명 굿즈를 공개했다. 행사장에서는 일부 품목을 구매한 고객에게 뽑기를 통해 추가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후뢰시맨, 마스크맨, 바이오맨 모두 5명의 캐릭터가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지금은 중년이 된 매니아층에게는 반가운 IP로 자리잡았다"며 "관련 굿즈를 NFT로 선보이면서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캐릭터를 신기해 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초등학생인 이 관람객은 "예전부터 파워레인저(슈퍼전대) 시리즈를 봐왔는데 이런 캐릭터들(바이오맨 등)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처음보지만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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