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펙스모빌리티 “자율주행 골든타임 3년”…데이터 넘어 로보택시·로보버스 간다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8 08:11:44
쏘카 15년 주행데이터로 레벨4 도전…발목 잡던 규제는 이제 풀리나
원본 영상데이터 활용 특례 시행에도 레벨4 강제기준 등 규제 과제는 여전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에이펙스모빌리티가 쏘카의 카셰어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레벨4 라이드헤일링과 로보버스 등 실제 모빌리티 서비스로 확장하는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중심이 알고리즘 자체에서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고품질 데이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회사 쏘카가 15년간 축적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학습 기반을 구축한 뒤 자체 센서 차량으로 데이터를 추가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무인 이동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 에이펙스모빌리티 장혁 CSO.


28일 에이펙스모빌리티에 따르면 장혁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 산업 컨퍼런스’에서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을 주제로 이 같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장 CSO는 국내 자율주행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앞으로 최대 3년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미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고 런던과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도 관련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고해상도 정밀지도와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의존하는 ‘룰 베이스드(Rule-based)’ 방식에서 카메라·라이다(LiDAR) 등 센서 정보를 하나의 AI 모델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E2E(End-to-End)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고 강조했다.


VLA(Vision-Language-Action·시각-언어-행동) 기반 오픈소스 모델이 확산되면서 기본적인 AI 모델뿐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돌발상황 등 이른바 ‘엣지 케이스(Edge Case)’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자율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에이펙스모빌리티는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로 쏘카의 데이터 자산에 주목했다.
쏘카가 지난 15년간 카셰어링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한 실주행 데이터를 자율주행 AI가 학습·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 CSO는 “VLA 오픈소스가 보편화되면서 양질의 공도 주행 데이터뿐 아니라 사고와 돌발상황을 담은 엣지 케이스 데이터가 자율주행 고도화의 마지막 장벽이 되고 있다”며 “쏘카가 축적해 온 데이터 자산을 자율주행 AI가 시뮬레이션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서비스 상용화 로드맵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체적인 고품질 멀티모달 데이터 확보다. 에이펙스모빌리티는 이번 전시에서 라이다와 전방위 카메라 7대를 탑재한 아이오닉 5 기반 프로토타입 차량을 처음 공개했다. 향후 센서 성능을 강화한 ‘풀 센서킷’ 차량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서로 다른 센서에서 생성되는 고해상도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방침이다.


데이터 확보 이후에는 실제 자율주행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한다. 회사는 쏘카와 구축하는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라이드헤일링 서비스를 추진한다.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로보버스와 이용자 호출에 따라 경로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교통(DRT) 서비스도 사업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쏘카와 에이펙스모빌리티 간 역할도 나뉜다. 쏘카는 레벨2+ 이상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을 카셰어링 서비스에 도입하고, 에이펙스모빌리티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기반 라이드헤일링을 담당하는 구조다.


기존 카셰어링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고, 다시 자율주행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데이터가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장 CSO는 “쏘카와 에이펙스모빌리티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는 카셰어링과 AI가 완전 자율주행하는 라이드헤일링을 아우르는 ‘국가대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은 뛰는데 제도는 걷는다…“원본 데이터 활용 족쇄” 최근에야 풀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기반 전략이 국내에서 본격화된 배경으로 최근 이뤄진 규제 완화를 꼽는다. 그동안 자율주행 AI 개발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것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규정이었다. 영상 속 인물의 얼굴 등을 흐리게 처리해야 하는 탓에 데이터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는 곧 AI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본 영상을 그대로 활용했을 때 자율주행 AI의 평균 정밀도는 36.7%로, 가명 처리된 정보를 활용했을 때(31.2%)보다 최대 17.6%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법과 시행령·고시를 개정해 지난 6월 18일부터 기술개발 목적에 한해 원본 영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시행했다. 다만 원본 데이터를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그러나 남은 규제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레벨4 자율주행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강제 안전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중국은 지난 6월 유엔 자율주행시스템 국제기술규정 제정을 주도한 데 이어, 레벨3~4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강제 국가표준을 확정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레벨3 안전기준을 마련하며 앞서 출발했지만, 레벨4 표준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증 단계에서도 제도적 장벽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특정 노선과 구역 중심의 제한적 실증으로는 다양한 돌발 상황을 학습할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던 데다,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자본과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토부는 2027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규제 합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先) 허용, 후(後) 규제’ 원칙을 적용해 그간 발표한 규제 합리화 과제를 2026년 안에 모두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안전계획을 갖춘 자율차가 어린이·노약자 보호구역에서도 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임시운행허가 패스트트랙 적용 대상도 운전석이 없는 무인 자율차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비상 상황에 대비한 원격제어 제도 정비, 사고 책임 이행을 위한 안전관리 사업 도입, 로보택시·셔틀 중개 비즈니스 모델 육성 등도 함께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본 영상 활용 특례로 데이터 품질 문제는 일부 해소됐지만, 레벨4 강제기준 부재나 실증구역의 한계 등 상용화의 실질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에이펙스모빌리티가 내세운 ‘3년 골든타임’도 결국 제도 정비 속도에 달려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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