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인지 못했다”…오리온 익산공장 22살 여직원의 안타까운 죽음

정창규 / 기사승인 : 2020-05-21 19: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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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직원, 지난 3월 직장 내 괴롭힘 암시하며 극단적 선택
오리온 “극단적 선택,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에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고발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열린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사망 사건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열린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사망 사건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메가경제= 정창규 기자] 국내유명 제과업체인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성희롱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오리온 공장에 다니던 20대 여직원이 ‘팀장과 직원이 회사에 다니기 싫게 만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여성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과 관련, 오리온이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시민사회단체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리온은 “최근 추가로 제기된 2018년 10월 성희롱 사건은 지금부터 1년 7개월 전의 일로 당시 회사는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건이다”면서 “최근 유족의 문제 제기로 인지하게 됐으며 즉시 조사를 착수, 현재 조사 및 징계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처리하고 조사 결과와 내용을 유족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며 고인이 일에 대한 애로 사항 등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존재함을 발견했고 향후 지속적 교육과 지도를 통해 개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근무환경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앞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이를 실천해 가겠다며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서울 용산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리온 익산 3공장에서 근무하던 22세 여성 노동자가 올해 3월 ‘그만 괴롭혀라’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던졌다”며 “고인은 생전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등으로 괴로움을 호소했고 남성 상급자들로부터 성희롱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故) 서지현(향년 22세)씨가 작성한 유서에서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죽기가 너무 무서워서 술먹고 죽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고인이 상급자로부터 업무시간 외 불려다니며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해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자체 조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통보하고 이후로 금전을 입금한 채 연락을 끊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 관계자는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회사 임직원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직후 회사와 노조에서 조사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한 업무지시 등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면서 “현재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이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회사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지난달 5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방송에서는 서 씨가 근무하던 공장의 팀장과 동료직원 A씨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은 유서와 함께 같은 직장에 재직 중인 남자친구와 동료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직장 내 따돌림을 주장해 왔다.


당시 회사측은 직장 내 따돌림이 없다고 했지만 서씨의 동기들 얘기는 달랐다. 이들은 서씨가 ‘남자한테만 웃고 다닌다’, ‘싸가지가 없다’ 등 자신을 둘러싼 안 좋은 소문이 퍼지자 많이 괴로워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서 씨의 담당 공정라인에 문제가 생기자 팀장은 서씨만을 불러 문책하기도 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오이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으나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자들의 명예 문제도 있고 사적인 개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장문을 통해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회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공정한 결론을 내려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떠한 책임도 감수할 것이다"이라며 “또 문제가 된 임직원이 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을 묵인·방조했다며 담 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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