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미주 노선 줄줄이 감편…공급 축소 현실화
업계 관계자 "운임 조정 등 통해 총 운임 인상 부담 완화 검토"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중동 전쟁 영향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 감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까지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항공 공급 축소가 확산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사내 공지를 통해 지난 25일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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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전쟁 영향으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 감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항공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전사 비용 구조 전반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재검토하고 운영성 비용 절감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용 절감 과제를 지속 발굴하는 한편 투자 우선순위를 재정비해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동시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이달 16일 티웨이항공도 전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투자 계획과 비용 구조를 전면 재점검에 나섰다.
LCC들도 잇따라 국제선 운항을 줄이고 있다. 에어부산과 에어로케이는 4월 이후 일부 노선 운항을 축소했고, 이스타항공은 5월 인천~푸꾸옥 노선 50여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의 급유 제한 리스크와 예약률 등을 반영한 조치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주요 LCC들도 동남아 노선 감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진에어는 오는 4월 4일부터 30일까지 인천발 괌·클라크·냐짱과 부산발 세부 등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26편을 감편하기로 했다. 인천~호놀룰루 노선 6편도 줄이고,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뉴욕(뉴어크) 등 미주 노선 전반에서 추가 감편에 나선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14~20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평균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200달러를 웃돌며 전주 대비 10% 이상 올랐다.
전월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유류할증료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항공유는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장기 비축이 어려워 공급망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여기에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지 공급업체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노선 축소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용 증가 부담은 항공사 전반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일부 LCC의 경우 이달 유류비가 전월 대비 100% 이상 증가했지만, 유류할증료로 상쇄 가능한 수준은 상승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비 비중 역시 기존 30% 수준에서 최대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들은 다음 달부터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이상 인상할 예정이지만, 수요 위축 우려로 운임 인상에는 제한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할인 프로모션 등을 병행하며 실제 항공권 가격 상승 폭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이미 운임에 반영되고 있다.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단계가 크게 뛰면서 장거리 노선 기준 편도 수십만원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항공권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완전히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노선 축소와 공급 조정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거리 노선은 연료 비중이 높아 수익성 변동성이 더 크다. 미주 노선의 경우 운항 시간이 길어 유류비 부담이 크고, 기재 회전율도 낮아 비용 압박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이 단거리보다 장거리 노선부터 감편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항공유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와 함께 운항 권리인 운수권과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에 대한 회수 유예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 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항공사의 노선 운항 지속을 유도하기 위해 운수권과 슬롯을 일정 기준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 해 회수된다. 다만 항공사들은 최근 대외 환경 변화와 수급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제도 운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유류할증료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수요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임 조정 등을 통해 총 운임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 상황과 수요 변화를 반영해 일부 운항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수요 유지와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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