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증가에도 면세점 손실 지속 주장
인천공항공사 측 "형평성 등 문제로 임대료 인하 불가"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인천국제공항 내 신라·신세계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면세점 재입찰시 임대료는 현재의 약 60% 수준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오고 인천공사 측은 조정기일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면세점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삼일회계법인이 감정서를 통해 신라·신세계 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간 조정사건의 감정인은 재입찰시 임대료 수준이 현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한다고 밝혔다. 면세점 구역의 오는 2033년까지 매출 실적 추정치와 임대료, 임대보조금 납부에 따른 이자 비용등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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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내 신라·신세계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감정인은 현재 객단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출국객 수 증가에 따라 쟁점이 된 면세점 구역의 매출이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 운영사 신세계디에프는 각각 지난 4월, 5월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제1·2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DF1, DF2구역)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삼일회계에 임대료 수준을 측정해 달라는 감정촉탁을 했다.
지난 6월30일 1차 조정에 이어 오는 14일로 예정된 2차 조정기일은 법원은 임대료 감정서 제출을 위해 이달 28일로 미뤄졌다. 인천공항공사 측에서 2차 조정에 참석하지 않으면 법원의 조정은 자동 결렬된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원래 고정 금액이었다. 이후 지난 2023년 7월 여객수 연동 방식으로 바뀌었다. 인천공항 전체 출국객 수에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곱해서 산정·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인천공항 출국객(296만7449명)을 기준으로 두 회사가 매달 인천공항공사에 각각 지불하는 임대료는 3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는 이유는 최근 업황 부진으로 적자 폭이 늘어나서다.
감정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지난해 출국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 따라서 면세점이 부담해야 할 임대료도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감소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패션·액세서리 및 명품 부티크 등 기타 품목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뒤 호조를 보였으나 화장품·향수의 경우 2019년 대비 약 53%, 주류·담배의 경우 약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패턴이 실속·체험형으로 변화한 점과 온라인 면세점 매출 비중 상승을 꼽았다.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조정이 결렬되면 공항 면세점 철수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 면세 부문의 2분기 매출 8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도 2분기 매출액은 6051억원으로 22.9% 늘었지만, 영업손실 15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여객수는 늘었지만 소비패턴의 변화 등으로 임대료 부담이 큰 현실"이라며 "일부 해외 면세점도 임대료를 인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중국 상하이 국제공항은 면세 업황의 악화를 고려해 면세사업자의 임대료를 감면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창이공항은 입찰로 선정된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를 30% 이상 감면했다. 상하이 공항도 기존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 최소 보장액을 4분의 1 수준으로 내렸다.
태국 역시 지난 5월 면세 사업자가 임대료 재협상을 요청했으며 홍콩도 기존 입점 업체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해 공항 측이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면세점 업계의 주장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지난 6월 30일 1차 조정기일 당시 법원에 조정안 수용이 불가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오는 28일 2차 조정기일에도 불참할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법무법인에 관련 사안을 검토한 결과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이 적용될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2차 조정기일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찰 당시 두 면세점이 객단가를 책정하고 계약했다. 지금 상황에서 임대료를 인하하면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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