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살땐 '엔카', 처분할땐 '헤이딜러'... 플랫폼 양강구도 굳어진다

주영래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1 14: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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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당근 인지도 높지만 거래는 2~3% 그쳐…신뢰성이 핵심 변수
상위 3개 플랫폼 시장점유율 87% 육박…과점 구조 공고화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중고차 플랫폼 시장에서 구입과 처분 부문의 주도권이 각각 엔카와 헤이딜러로 고착화되고 있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보배드림과 당근마켓은 실제 거래 점유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제25차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한 중고차 구입 경험자 1,54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엔카는 53%의 점유율로 과반을 차지했다. K카(21%), KB차차차(13%)가 뒤를 이으며 상위 3개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87%를 장악하는 과점 구조가 형성됐다.

 

▲ 중고차 플랫폼 양강구도 심화. [사진=챗Gpt]


엔카의 시장 지배력은 중고차 구입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위 K카와의 격차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카가 초기 시장 진입 후 축적한 매물 데이터베이스와 전국 네트워크가 경쟁사 추격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처분 시장에서는 헤이딜러의 독주가 더욱 두드러졌다. 중고차 처분 경험자 2,760명 대상 조사에서 헤이딜러는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엔카(24%)와는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으며, KB차차차와 K카가 각각 10%로 공동 3위에 올랐다.


헤이딜러의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가팔라지고 있다.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은 처분 시장에서 상당한 폭의 점유율 확대로 해석된다. 엔카가 구입과 처분 양 시장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처분 시장에서는 헤이딜러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 시장 관계자는 "헤이딜러는 차량 처분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출발해 딜러 네트워크와 입찰 시스템을 집중 구축했다"며 "판매자 입장에서는 여러 딜러의 입찰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어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보배드림·당근마켓, '인지도-거래율' 괴리 심화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보배드림과 당근마켓의 부진이다. 두 플랫폼은 40% 안팎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 점유율은 구입·처분 시장 모두에서 2~3% 수준에 머물렀다. 인지도와 실제 이용률 간 괴리가 10배 이상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중고차는 고가 상품인 만큼 신뢰성과 정보 투명성이 핵심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며 "인지도만으로는 실제 거래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보배드림은 국내 대표 자동차 커뮤니티로 20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당근마켓 역시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1위 사업자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라는 특수한 카테고리에서는 이 같은 브랜드 자산이 거래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 불만 조사에서도 두 플랫폼 공통으로 '제시된 시세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배드림은 입찰 정보의 불투명성, 당근마켓은 거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추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한 중고차 구매 경험자는 "당근마켓에서 괜찮은 차량을 발견해도 판매자와 연락이 잘 안 되거나, 실제 만나보면 사진과 상태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엔카 같은 전문 플랫폼에서 매물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사기', '허위 매물', '차량 상태' 등의 부정적 연관어가 다수 포착됐다. 특히 당근마켓의 경우 개인 간 직거래 특성상 사기 피해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공유되면서 중고차 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헤이딜러의 성공 요인으로 번호판 조회 시스템과 전문 평가사 진단 도입을 꼽았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개인 간 거래의 불확실성을 제도와 데이터로 보완한 전략이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헤이딜러는 차량 번호판만 입력하면 해당 차량의 사고 이력, 보험 이력, 주행거리 등 핵심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전문 평가사가 직접 차량 상태를 진단하고 등급을 매기는 서비스를 제공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엔카 역시 성능점검기록부, 보증 서비스 등을 통해 신뢰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엔카는 전국 수천 개 딜러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방대한 매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각 매물마다 상세한 차량 정보와 사진을 제공해 구매자의 불안감을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보배드림과 당근마켓은 이 같은 체계적인 신뢰 시스템 구축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배드림은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 특성상 매물 정보의 표준화와 검증이 어렵고,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직거래 모델이 중고차 같은 고가 상품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 고가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신뢰성"이라며 "단순히 매물을 모아놓는 것을 넘어 차량 정보의 정확성을 보증하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 관계자는 "중고차 직거래의 본질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 차량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기존 직거래 방식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확인해야 했던 보험 이력을 시스템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차량 번호와 소유주 조회를 거친 검증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차별화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기술 고도화 및 다양한 전문 서비스와의 협업으로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고차 거래에서 직면할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최상의 이용자 경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분석가들은 향후 중고차 플랫폼 경쟁이 인지도나 마케팅보다 시스템 기반 신뢰 구조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한다. AI 기반 차량 가격 산정,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력 관리, 실시간 차량 상태 모니터링 등 기술 혁신이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결국 중고차 플랫폼 시장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신뢰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경쟁"이라며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KB차차차는 AI 기반 실시간 시세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고, 엔카는 VR 차량 전시장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헤이딜러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딜러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중고차 플랫폼 시장이 초기 브랜드 인지도 경쟁에서 신뢰 시스템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보배드림이나 당근마켓 같은 후발주자들도 차별화된 신뢰 구축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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