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신의 驛史(역사)이야기 12화] 태전역(太田驛)으로 시작된 대전역(大田驛)

편집국 / 기사승인 : 2023-11-28 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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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편집국 ] 경부철도를 설계하기 전 여러 차례 현지답사 결과 서울에서 공주를 경유하여 부산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각 지역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를 지나 유력하였으나, 충청도 양반 도시 공주의 유생들이 괴물 같은 철도가 들어오는 것에 강력히 반대함에 따라 조치원을 경유하여 산내면 태전리를 지나는 노선으로 변경되어 태전역(太田驛)이 탄생하게 되었다.

 

▲1905년 太田, 1909년 大田

 

대전에 있던 호남일보사가 1933년 발행한 ‘충청남도 발전사’에 의하면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5년 12월 특별열차로 부산으로 가던 중 정차한 역에서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에 ‘태전역’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이름을 바꾸라고 해라, 이제부터는 태전이 아니라 대전이다’라 하여 대전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한다. 

 

▲사진上 1905년 太田, 사진下 1909년 大田

 

‘대전(大田)’은 1481년 동국여지승람에 「대전천(大田川)은 유성 동쪽 25리 지점에 있다」는 기록은 있으나 지명으로 사용은 1914년 ‘대전군’이 설치된 후 1935년 ‘대전부’로, 1949년 ‘대전시’로 변경되었다.

  

대전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일주일 이상을 걸어야 했던 시절에 1905년 경성~초량 간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하루도 아닌 5시간 30분이면 한양에 갈 수 있게 되었으며, 1911년 7월 대전~연산 간을 시작으로 1914년 1월 11일 목포까지 호남선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운송량은 급증하였으나 철도는 일본인을 위하여 부산출발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1906년 개통된 경의선처럼 서울에서 신의주를 곧바로 갈 수 없듯이, 목포행 열차도 서울에서는 곧바로 갈 수 없는 노선이었다.

부산 출발한 열차는 목포까지 곧바로 갈 수 있으나 서울 출발한 열차는 대전에 도착하면 맨 앞쪽 기관차를 맨 뒤쪽으로 옮겨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10~15분간 정차하게 되어, 이 시간을 이용하여 승강장에서 파는 가락국수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대전 가락국수’라는 명물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방향을 바꾸지 않고 곧바로 운행하는 여객열차는 1978년 대전조차장~익산 구간 이 복선화된 뒤에야 대전조차장을 출발하여 서대전역을 경유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대전~목포 간 초창기 호남선 노선 대전역 승강장 가락국수점, 서울~목포 간 호남선 노선 지금도 남아있는 대전~서대전 선로

 

호남선 개통으로 여객과 화물의 운송량이 급증하면서 1919년 대구역사를 닮은 2층 역사가 준공되었고, 1920년 불안전한 구름다리를 폐쇄하고, 한국철도 최초로 지하도를 개통시켰다. 

▲1919년 개축된 대전역사

 

 

1920년 여객 15만 7천 명이 1939년 114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던 대전역은 6.25 전쟁 중 파괴된 후 1958년 신축되었고, 1950년 7월 전쟁 중 군수물자 적재화차 7량과 15량이 연결된 2개의 화물열차를 남겨둔 채 남쪽으로 후퇴하였고, 당시 미 제24사단장 'William F. Dean‘ 소장이 행방불명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1951년 교통부 발행 ‘한국교통동란기’에는 대전역 군수물자 화차를 회송하려던 대전역 오은균 등 5명은 1950년 7월 19일 딘 소장 구출을 위해 미 특전단 33명과 김재현 기관사 및 황남호·현재영 기관조사가 미카3-129호 기관차로 옥천에서 대전역을 향하던 중 미군 32명과 김재현 기관사가 적군의 집중사격으로 쓰러진 후 기관조사가 운전하여 대전역에 잠시 진입했다가 되돌아가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다음 날 구내원 장시경씨가 운전하여(1964년 서울역 구내에 근무하던 필자도 가끔 기관차를 운전했던 기억이 있음) 미군 20명과 함께 군수물자 적재화차 회수를 위하여 대전역에 진입했으나 적의 공격으로 포기하고, 그때까지 대전역에 남아있던 직원 5명과 함께 후퇴한 기록이 남아있다.

 

▲김재현기관사 순직비와 서울국립현충원 묘비

행방불명되었던 딘 소장은 적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정전 협정 이후 포로 교환에 의하여 1953년 9월 4일 귀환하였으며, 1962년 대전철도국 직원들은 성금을 모아 김재현 기관사 피격지점 근처 선로 변에 순직비를 건립하였으며, 1983년 10월 서울 현충원 장교묘역에 안장되었고, 같이 운전했던 황남호 부기관사는 2006년 ‘국립임실호국원’에, 현재영 부기관사는 2010년, 구내원 장시경씨는 2012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미국 방위공로 훈장과 인증서

 

▲대전현충원의 호국철도기념관


2009년 한국철도공사 허준영 사장은 철도박물관 방문 중 고 김재현 기관사 사연을 듣고 곧바로 미국 정부에 서신을 보내, Barack Obama 대통령 지시로 2012년 미국 정부 훈장과 감사장이 추서되었으며, 2012년 정창영 사장 제안으로 미카3-129호는 객차 2량과 함께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옮긴 후 2013년 6.25 전쟁 중 순직한 287인의 철도인을 추모하는 ‘호국철도기념관’으로 개관되었다. 

 

▲대전역 호국철도광장

 
2019년 6.25 전쟁 69주년을 맞아 전쟁 중 19,000여 명의 철도인이 군병력과 전쟁물자 수송에 참여 중 순직한 287인을 추모하는 동상을 대전역 동광장에 건립하였다.

 

▲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계획도

 

최근 대전시가 '대전역 미래형 환승센터' 구축을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변화된 대전역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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