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식품노조‧시민단체 회견장 진입 시도 중 제지…정문 앞 시위
허영인 SPC 회장이 최근 자회사 직원 사망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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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하는 허영인 SPC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김형규 기자] |
허 회장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근 발생한 자회사 제빵공장 직원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과 함께 참석한 황재복 SPC 사장은 1000억 원을 투자하는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질의 응답 시간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화섬식품노조원들이 회견장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본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는 등 긴장감이 맴돌았다.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허 회장은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고 다음 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고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인간적인 존중‧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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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하는 허영인 SPC 회장. [사진=김형규 기자] |
SPC는 허 회장의 사과에 이어 안전 경영 시스템에 총 1000억 원의 투자 약속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황 사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전사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이 발표한 안전관리 강화 활동은 ▲전사적인 안전진단 ▲‘안전경영위원회’설치 ▲안전관리 인력·역량을 강화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 등 네 가지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SPL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100억 원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황 사장은 “고인과 유가족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은 드린다”며 “진단을 토대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철저히 관리해 안전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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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황재복 SPC 사장. [사진=김형규 기자] |
한편 회견이 시작되는 오전 11시에 맞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노조원과 시민단체 소속 40여 명이 사옥 진입을 시도하다 SPC 직원들에게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다소 격해진 목소리가 2층 회견장 안까지 들려와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SPC 직원 한 명이 다치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조원 한 명도 상해를 입어 이후 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 진입에 실패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는 정문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파리바게트 공동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시위에 참여해 노동자들을 배제한 SPC의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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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정문 앞에서 시위 중인 권영국 변호사(가운데). [사진=김형규 기자] |
시위 현장에서 권 변호사는 “이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를 받아온 노동자들”이라며 “정작 노동자들에겐 출입을 봉쇄하고 이렇게 (회견을 진행)하는 것이 사과가 맞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지난 1년이 넘도록 허영인 회장에게 만나달라고 시위해왔지만 성사되지
않았었다”며 “피해 당사자들은 외면하고 질문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은 기망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허영인 회장과 SPC가 제대로 노동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경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했다. 빵 소스 배합 작업 중이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진 사고였다. SPL은 SPC 프랜차이즈 매장에 빵 반죽·재료 등을 납품하는 계열사다.
해당 작업은 당초 2인 1조로 진행됐어야 하지만 사고 당시 동료 1명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공장은 ‘인터록’으로 불리는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인터록은 혼합기 등에 작업자가 끼는 사고가 발생하면 기계 가동을 멈추는 중단 장치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지난 20일 오후 5시경부터 9시간가량 평택 SPL 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노동부는 강동석 SPL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제빵공장 안전 책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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