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중소·대기업 상생은 이상향? 철값 고공행진에 전방산업 곳곳 충격

박종훈 / 기사승인 : 2021-05-13 18: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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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후판·철근, 줄줄이 25~60% ↑···충격흡수 어려운 중소기업은 난망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에 타격이 되고 있다.

특히, 부품·소재 등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주거래 대기업에 주력품목을 판매한 금액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 차지하는 전속거래 기업이라 할지라도, 충격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춘추좌씨전의 '순망치한'이란 고사처럼, 중소·하청기업에 팔밀이한 충격이 나중에 큰 위기로 닥쳐올 우려가 크다.
 


 

근현대 사회에 들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에 대해 살펴 봐도 상황은 답답하다.

우선, 글로벌 이슈인 철광석의 가격 급등에 대해 뾰족한 해법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수입가 기준(CFR) 현물 철광석 가격은 지난 10일 역대 최고치인 톤당 230.56달러를 기록했다.

1월 초 165달러 수준이던 철광석은 지난 6일 사상 최초로 2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5월 가격은 80달러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철광석 가격급등은 유래 없었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가 빠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철강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브라질 발레, 호주의 리오틴토, BHP 등 메이저 3사가 전체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이들의 올해 1분기 공급량은 전분기대비 하락하거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철광석 가격 급등은 당연히 철강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의 주요 소재인 열연강판은 지난 1월말 톤당 88만원에서 4월말 110만원으로 3개월 사이 25%가 뛰었다.

조선업계가 쓰는 후판 가격도 110만원을 찍었는데, 톤당 100만원을 넘어선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도 연초 톤당 70만원에서 5월 2주 현재 93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상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직격타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2일 '중소기업 적정 납품대금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여전한' 불공정 관행에 대해 논의했다.

지민웅 산업연구원 박사는 "수요독점적 대중소기업 생태계가 한국경제 성장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고해진 수요독점적 생태계는 하청 전속거래 중소기업의 혁신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지체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불공정한 납품단가 및 발주량 책정 혹은 변동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고 유인의 실효성 제고 ▲종속성 수준이 고려된 정책 및 제재 방안 모색 ▲전방위적인 하도급거래 관련 실태조사 실시와 데이터 공개를 통한 분석의 질 제고 등의 정책과제가 검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논의와 제안이 지속됐지만, 현실이 과연 변화했는가 여부다.

거시적인 조망이 아니라도, 작금의 상황에 일선 중소기업 현장에선 앓는 신음이 아니라 비명이 터져나온다.

완성차기업에 자동차 실린더를 납품하는 한 기업은 "일정 기한이나 물량을 두고 납품계약을 맺는 관행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가 먹히겠냐"고 반문했다.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미래 예상되는 충격을 빤히 바라보며 떠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납품단가를 따져서 업체를 선정하고 예산과 견적을 조정하는 기업의 일상적 경영활동을 백안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납품대금과 관련해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불공정거래 유형 중 44%가 '납품단가 후려치기'였다.

앞서 하소연처럼 원자재나 물류비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한 곳도 45%에 달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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