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로봇·키오스크 잇는 '대세' 로봇 직원 '총집합'
[메가경제=정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주문한 메뉴를 되묻는 앳된 학생들과 펄펄 끓는 찌개를 운반하는 식당 이모들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마에 흐르는 비지땀을 연신 닦아내며 후라이팬을 앞뒤로 흔드는 주방장들 또한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신 로봇팔이 기름 속에서 튀겨진 음식을 건져내고, 그릇에 담을 것이다. 조리된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바퀴 달린 로봇이다.
당장 요즘에도 인사를 건네던 아르바이트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말없이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화면을 터치해 먹고 싶은 음식을 화면 속 장바구니에 담는 게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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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그릴 로봇은 분자센서를 통해 음식의 굽기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도입됐다.[사진=정호 기자] |
8일 서울시 코엑스에서 개최된 2024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COEX'는 이 변화에 더해 앞으로 매장 운영을 주도할 신기술이 총집합한 장소였다.
내년 최저 시급은 1만30원으로 마침내 1만원 대 벽을 넘어섰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커진 이유다. 코로나19 당시 153만8000명의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가 130명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금도 크게 차이가 없다. 다시 종업원을 고용하는 대신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키오스크 및 서빙로봇 등을 도입하는 업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8월과 9월 사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한 가게 60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판매와 서빙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약 0.21명 감소했다고 정리했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판매·서빙 근로자가 평균 1.82명인 것과 대비하면 약 11.5% 감소한 수치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기계의 인력 대체는 '인건비'와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으며 연간 이용 금액을 들여다봤을 때 인건비의 절반 수준이다"고 말했다. 기계 도입을 통한 인력 효율화는 올해 프랜차이즈박람회의 부스 구성에도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 고기를 굽는 로봇부터 식당에서 요리를 전담하는 기기, 기존 AS의 문제점을 보완한 협동로봇 등으로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 음식점이 밀집된 상가를 관리하는 40대 남성 노모씨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음식점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프랜차이즈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매출을 높이는 일을 과거에는 1번만 고민했다면 지금은 10번 고민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은 점포 운영에 대한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비욘드허니컴에서 선보인 'AI 그릴 로봇'은 분자센서를 통해 음식의 굽기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사용 예로는 고깃집에서 초벌구이를 필요로 하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일반 매장에서 점원이 생고기를 조리할 때 12분이 걸린다면 그릴 로봇은 초벌구이를 도와 홀에서 굽는 시간을 2분 내로 단축하도록 돕는다.
티네코가 선보인 주방에서 찜, 볶음밥, 떡볶이 등 메뉴를 조리할 수 있는 '요리가'는 사람이 소분과 재료 배합만 관리하면 된다. 해당 기기는 직접 조리하려는 음식의 레시피를 입력하면 스스로 배합하고 볶고, 섞으며 알맞은 온도로 요리한다. 어플과도 연동이 되기에 한 명이 5개 기기로 각자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는 특징 또한 갖췄다. 현재 최대 6인분까지 조리가 가능하며, 향후 가정용으로도 개발될 예정이다.
기존 수리를 목적으로 부품을 수입해야만 했던 로봇팔의 문제점을 개선한 '튀김로봇'도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해당 제품은 접근성과 호환성을 높인 제품이다. 설치를 위해 벽을 뚫어야만 했던 기존 로봇팔의 문제점을 스탠드 고정 방식으로 해결했다. 조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자영업자들마다의 업장 상황에 쉽게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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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도시락은 통돌이 형식의 조리 기계를 소개했다. 회전하면서 프라이팬처럼 열을 음식에 고루 전달하는 기능이다.[사진=정호 기자] |
본도시락은 이번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통해 통돌이 형식의 조리 기계를 소개했다. 이 기계는 회전하면서 프라이팬처럼 열을 음식에 고루 전달한다. 현재는 전국 50개 지점에 도입됐으며 일부 점포는 2개까지 배치해 조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였다.
기존 제품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스마트팜과 업그레이드된 솜사탕 기계도 현장 볼거리 중 하나다. 사라팜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데 최적화된 스마트팜의 장점을 살려 재배하는 와사비를 소개했다. 와사비는 일본 일정 지역에서만 기를 수 있기에 국내에서는 수입 제품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팜은 15도 아래로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조절하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와사비 생장에 필요한 환경을 구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4세대까지 발전된 솜사탕 기계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 사람이 실처럼 나오는 사탕 입자를 말아 직접 솜사탕을 만들었다면 현재는 기계가 스스로 그 과정까지 도맡는다. 과거에는 완성까지 4분이 걸렸다면 이 기계는 완성까지 불과 2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현재는 놀이동산과 테마파크에 도입됐으며 고객은 자판기 형태의 기계를 통해 원하는 모양까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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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팜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데 최적화된 스마트팜의 장점을 살려 재배하는 와사비를 소개했다.[사진=정호 기자] |
특히 20·30대 청년 창업 준비자들에게 매장 운영 최적화 기술은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30대 여성 류씨는 "요즘 물가와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르며 AI 자동화와 온라인 판매 등으로 가게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통해 작은 평수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적화 기술은 기존 인건비의 절반으로 운영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존재하고 있다. 이는 업계 전반에서 개선해야 할 장기 과제다. 40대 자영업자 김모씨는 "점포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로봇을 비롯한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인건비적으로는 효율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니다"며 "중간에 파이낸스를 껴서 수수료가 일정 주기마다 빠져나가며 매년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에 교체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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