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미가 전하는 산업안전보건]⑤ 산업안전보건범죄, 높아지는 처벌 수준

오혜미 / 기사승인 : 2021-02-10 18:18:52
2020년 1월,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종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벌칙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상향한 것이 특징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도 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별칭처럼 기업과 그 경영진에 대한 처벌 강화에 방점이 있다. 처벌 수준에 하한형을 둔 것도 특징이다.

또, 지난 1월 11일에는 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범죄의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하는 양형기준 수정안이 의결됐다. 수정안에는 산업안전보건범죄를 기존 과실치사상 범죄와 구별되는 별도의 대유형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줄지 않는 산업재해, 높은 처벌 수준으로 해결될까?
 

▲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산업안전보건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좀처럼 줄지 않는 산업재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현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 절반 줄이기를 내세웠다.

그러나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으로 잠정 집계되어, 오히려 2019년 855명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도 처벌을 통한 예방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의 예방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시스템 변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에서 기업과 경영진을 책임의 주체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일을 하다 아프거나 다치는 것, 특히 사망에 이르는 것은 개인의 부주의만이 원인이라 하기 어렵다. 근로자나 일선 관리자가 필요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의 예산과 인력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조치’는 세세하게 규정되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만 해도 673개에 이른다. 각 업종, 작업별로 적용되는 개별 법률의 기준을 모두 더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사업주, 경영진의 인식 수준이 낮다면,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이 부재한다면,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일선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안전·보건조치들이 촘촘히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산업안전보건범죄 예방 위한 인력과 예산 투입해야

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살펴보면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망과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각각의 유형으로 분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산업안전보건범죄’라는 새로운 범죄군 명칭으로 설정하였다.

이제는 산업재해로 사상자가 발생하기 전에도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을 준수하지 않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할 때이다. 기업들도 준법경영의 일환으로 안전보건 관계법령 준수 및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대재해법에서는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하여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올해 1월부터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등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그 계획에는 비용, 시설, 인원 등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로 시행이 예정되어 있지만, 제16조(정부의 사업주 등에 대한 지원 및 보고)는 공포한 날인 올해 1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내용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을 이행할 의무 등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1982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과 함께 도입된 개념이다. 그러나 형식상, 서류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공고히 정착되고,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라본다.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오혜미 연구위원,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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