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종합] 일본 제품 불매운동 전방위 확산 어디까지 미쳤나

유원형 / 기사승인 : 2019-07-22 13: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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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NO.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츌규제로 촉발된 국내 일본상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나 일본 시장과 관련된 분야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대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가장 거센 영역은 유통과 여행 분야다.


우선 일본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본산 맥주와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 여파에 일제 맥주·라면·과자 매출 급감


21일 연합뉴스가 유통업계의 동향을 전한 바에 따르면 이달 1~18일 이마트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30.1% 감소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맥주 감소율은 이달 첫째 주 -24.2%에서, 둘째 주에는 -33.7%, 셋째 주에는 -36% 등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수입맥주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맥주는 이달 들어 순위가 6위까지 밀렸고, 기린 맥주도 7위에서 10위로 주저앉았다.


맥주 뿐만 아니라 일본 라면과 소스·조미료, 낫또 등의 매출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서 1∼18일 일본 라면 매출은 전월 동기보다 31.4% 줄었고, 일본산 소스·조미료는 29.7%, 일본산 낫또는 9.9% 매출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일본 맥주의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라면과 낫또 매출은 각각 26.4%, 11.4% 하락했고, 일본 과자류의 매출도 전월보다 21.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일본 맥주 매출 감소 폭 확대


여름 성수기임에도 일본 제품의 매출 감소 현상은 편의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편의점 CU에서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40.1%나 급감했고, GS25에서도 1∼17일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 대비 24.4% 빠졌다. 세븐일레븐에서도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20.6%나 줄어들었다.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CU의 경우 불매 운동 초기였던 지난 1∼7일 사이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보다 1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 폭이 더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CU에서 1~18일의 전체 맥주 매출은 1.2%, 국산 맥주 매출은 2.8% 증가했고 일본산을 제외한 다른 수입 맥주 매출도 1.9% 증가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GS25의 경우도 1~17일 기간 중 전체 맥주 매출은 1.5%, 국산 맥주는 4.3% 늘어났고, 세븐 일레분도 1~18일 기간 중 국산 맥주는 2.4% 증가했다.


일본 맥주가 아닌 국산이나 다른 나라 맥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과 관련,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본상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매출 감소 폭이 커지는 추세"라며 "처음에는 맥주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상품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예약 ‘반토막’·취소는 ‘2배’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일본 여행은 일본의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커지며 탄력을 받는 느낌이다.



네일동 [출처= 네일동 홈페이지 캡처]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은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출처= 네일동 홈페이지 캡처]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여행 자제 방식의 불매운동과 관련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한국 관광객이 한 해 750만명씩 일본을 찾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면 일본 농수산물 소비는 물론 여행사와 숙박업 모두 타격을 입는다”고 내다봤다.


한국관광객이 줄어들면 일본의 1·3차산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이들 산업 종사자 대부분이 자민당 지지세력이어서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또 일본 지역 공항들도 한국 관광객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역 여론이 나빠지면 정치권에서도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불매운동이 지속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가 전한 21일 여행업계 소식에 따르면, 주요 여행업체 대부분의 일본여행 예약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감소는 물론이고 이미 예약한 일본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바짝 여행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경우,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이달 8일 이후 하루 평균 500명 선으로,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모두투어도 이달 들어 18일까지 신규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예약인원 기준으로는 50% 감소했다.


노랑풍선의 경우도 이달 들어 18일까지 일본 여행 신규 예약이 전년 동기보다 70% 감소한 것은 물론 예약 취소율도 50%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도 8일 이후 신규 예약은 50% 줄었고 예약 취소도 2배가량 늘었다. 위메프도 최근 일본 항공권 취소가 평소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일본 여행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아예 백지화하는 여행업체도 생기고 있다.


AM투어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전세기를 이용한 일본 시마네현 패키지 상품의 판매를 지난 13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전세기 50석이 꽉 찼지만, 최근 좌석 점유율이 뚝 떨어져 수익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 타격을 업계가 고스란히 떠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커뮤니티서도 확산 중


정부와 재계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노노재팬 사이트 [출처= 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노노재팬 사이트 [출처= 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로 회원 133만명을 보유한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은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이미 운영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네일동 운영자는 지난 17일 새벽 공지를 통해 “2019년 7월은 꽤 잔인한 달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날일 것 같다. 그동안의 심경과 입장(을 밝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일동은 기나긴 휴면상태로 접어들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매운동에 응원과 지지를 해주는 분도 있고 일본 여행 카페에서 무슨 불매운동이냐, 그럴 바에는 카페를 폐쇄해라 등등 다양한 의견을 말씀하시는 회원분들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카페 내 우려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다만, 일본여행카페에서 매니저인 제가 불매운동지지 한다는 건, 대외적으로 상징성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여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산 제품의 대체재를 알려주는 사이트인 ‘노노재팬’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는 운영자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이 직접 상품목록을 갱신할 수 있도록 참여형 웹사이트를 구축해 운영중이다. 사이트는 생활, 음식, 가전, 화장품, 의약품, 패션, 취미, 자동차, 금융, 반려동물 등 여러 카테고리를 망라하고 있다.


네이버 여행카페인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일본 여행 취소 인증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곳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본을 대체할 해외 여행지를 찾는 질문도 줄을 잇고 있다.


유니클로 두 번째 사과...하이트진로, 신성통상 등 반사이익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유통 물품에서 여행상품, 자동차 등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출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박기덕(42)씨가 일본 제품 불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일 오후 대구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박기덕(42)씨가 일본 제품 불매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유니클로는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업체가 매출 추이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업계에는 이달들어 30% 가량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결국 지난 17일에 이어 한국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를 통해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결산 발표 중 있었던 임원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2일 한일 양사 공동명의로 두 번째로 사과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일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롯데그룹은 주가 하락을 겪었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지분 49%를 가진 롯데쇼핑,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롯데칠성 등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제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국내 업체들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국산 맥주 수혜주인 하이트진로, ‘탑텐’ 등 SPA 패션 브랜드 업체인 신성통상, 문구류 업체인 모나미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PR·반도체 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관련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도 국산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불화수소 관련 주요 종목인 후성과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감광액 관련주인 동진쎄미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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