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최소 288명‧부상 1000명 이상…구조 작업은 마무리
"사고열차, 신호 오류로 다른 철로에 진입했다가 3중 충돌"
주인도한국대사관 "인도 열차사고 한국인 사상자 지금까지 없어"
尹대통령, 인도 열차 참사에 ”희생자·가족 진심으로 애도“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인도 동부에서 대규모 3중 열차 탈선·충돌 사고로 최소 288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 세계 최대 인구국 인도의 열악한 철도시스템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2일 오후(현지시간) 7시께 인도 동부 오디샤주(州)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약 170km 떨어진 발라소레 지역 바항가 바자르역 인근에서 열차 세 대가 잇따라 충돌했다.
CNN에 따르면, 여객열차 2대와 화물열차 1대가 관련된 이 충돌 사고로 28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관리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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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토요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레 지역의 여객열차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의 드론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구조대원들이 잔해 더미를 헤치며 시신을 인양하고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여객열차가 탈선해 인접 선로로 넘어졌고 이후 다른 여객열차 및 화물열차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디샤 재난관리장관인 프라밀라 말릭은 금요일 오후 벌어진 이 사고로 최소 28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충돌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토요일에 해가 뜨자 구조대원들은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뒤엉킨 잔해와 전복된 열차 객차를 기어 넘으며 갇힌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 구급차, 소방차 등 지원 차량 200여대와 군헬기, 12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한 끝에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다. 650∼900명으로 추산되는 부상자의 상당수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AP에 따르면, 아미타브 샤르마 철도부 대변인은 구조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며 철도 당국은 선로를 수리하고 열차 운행을 재개하기 위해 잔해 제거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샤주의 최고 행정관리인 P.K 제냐는 “중상자들 중 약 200명은 오디샤의 다른 도시에 있는 전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다른 200명은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고 나머지는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문제는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중상자가 많아 희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AFP에 말했다.
사고 현장을 찾은 아슈위니 바이슈노 철도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고위급 조사 위원회가 꾸려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기술적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더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약 44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오디샤주는 토요일에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사고 현장이 담긴 사진과 영상 등을 보면 이 충돌 사고로 열차는 크게 뒤틀리며 선로에 누웠고 일부 객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사고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사진과 영상에는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부서진 객차를 수색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살아남은 일부 승객도 잔해 속에 갇힌 다른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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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오디샤주 여객열차 충돌 사고 발생 장소. [그래픽=연합뉴스] |
열차 충돌 사고의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누바브 다스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과장이 아니라 200~2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목격했다”며 “가족들은 짓눌리고 팔다리가 없는 시신들, 선로는 피바다였다“고 참상을 전했다.
사고 당시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에 탑승하고 있었다는 다스는 “그것은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며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다치지 않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철도 당국은 사고가 난 여객열차가 서부 벵갈루루에서 동북부 하우라로 가던 '하우라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와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로 가던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여객열차에 탄 수천 명의 승객은 큰 충격을 받았고 사망자는 대부분 코로만델 익스프레스 승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
다만, 사상자 중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인도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인도 경찰 당국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오늘 오전까지 사상자 중에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사고 후 유족에게 조의를 전했으며 이날 사고 현장과 병원을 직접 찾는 등 적극적으로 민심 수습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고로 비통함을 느끼고 있으며, 희생자 유족과 함께할 것”이라면서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약 4천4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오디샤주 정부는 토요일에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이날 참사는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충돌이 일어났다. 우선 남부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0㎞로 달리던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주차돼 있던 화물열차에 부딪히면서 1차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코로만델 익스프레스의 앞부분 기관차가 화물열차 지붕 위까지 타고 올라갔고 곧이어 모든 차량이 탈선했다.
탈선한 코로만델 익스프레스 열차의 일부 객차는 여러 철로에 걸쳐 크게 휘어져 누웠고, 같은 시간 동북부 하우라로 가던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의 뒷부분과 2차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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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 열차 사고. [그래픽=연합뉴스] |
NDTV 등 인도 매체는 이날 사고는 예비 조사 결과 철로 진입 관련 신호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호 오류로 다른 철로에 진입했다가 3중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코로만델 익스프레스는 첸나이를 향한 메인선로로 진행하지 않고 화물열차가 있던 환상선(環狀線)으로 진입했다가 충돌이 발생했다”며 이는 신호와 관련해 사람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인도 정부가 영국 식민지 시대 철도망의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 철도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철도 네트워크인 인도 철도에서는 매년 수백 건의 사고가 발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전국에 구축하고 있는 열차 충돌 방지 시스템인 '카바치'가 사고 노선에는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토요일에 충돌 회피 시스템을 갖춘 고아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고속 열차를 개통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날 사고 후 취소했다. 탈선한 열차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
AP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철도가 주요 장거리 이용 수단으로 매일 1천2백만 명이 열차 1만4천대를 이용해 6만4천㎞를 이용할 정도지만 구식 신호장비와 노후한 차량, 안전관리 부실로 열차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16년에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열차가 탈선해 약 150여명이 사망했으며, 2018년 10월 펀자브주에서는 달리던 열차가 철로 위에서 축제를 즐기던 인파를 덮치면서 6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1995년에는 뉴델리 인근에서 358명이 숨진 인도 사상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인도 열차 탈선·충돌 사고와 관련해 "발라소레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열차 사고로 깊이 비통하고 슬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을 대표해 희생자와 가족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빠른 복구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참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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