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사상최악 힌남노도 견뎠는데...중국 덤핑공세에 스톱

이동훈 / 기사승인 : 2024-11-20 11: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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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선재공장 45년만에 폐쇄, 한국 철강산업 위기 풍향계
미·영 등 2년전부터 대비, 한국은 선언문 사인갖고'적극표명'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한국 철강 산업의 상징 역할을 해온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45년만에 폐쇄됐다. 2022년 태풍 힌남노라는 자연재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포항제철소가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와 정부의 무관심 앞에 뼈 아픈 선택에 내몰렸다. 


20일 포스코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19일, 45년 9개월 간의 가동을 마치고 셧다운(shutdown)에 들어갔다. 이번 1선재 폐쇄는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은 두번째 셧다운이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이 11월 19일 마지막 선재제품을 생산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직원들이 선재공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실시했다. [사진=포스코]


1선재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에 들어가, 두 차례 합리화를 거쳐 45년간 누적 2800만 톤의 선재 제품을 생산해왔다. 1선재에서 생산한 선재제품은 못이나 나사의 재료가 되거나, 타이어코드, 비드와이어 등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로 활용되는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함께해왔다.

포스코는 1선재에서 생산하던 고강도 타이어코드, 선박 및 자동차용 용접봉 등 강재를 포항 2~4선재공장에서 전환 생산할 계획이며, 1선재 전 직원은 11월 말까지 공장 정리 후, 부내 또는 타 부서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에 “40명 정도가 타부서에 전환 배치될 예정”이라며 “최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현상의 지속, 해외 저가 철강재의 공세, 설비 노후화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종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글로벌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은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저가 덤핑 수출을 감행하며 글로벌 철강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난해 글로벌 선재 시장의 생산능력은 약 2억톤으로 추정된다. 이중 중국 생산능력은 1억 4천만톤에 이르지만, 실제 글로벌 시장이 수요 가능한 선재밀은 0.9억톤에 불과했다.

이에 중국 철강업계는 가동율 확보를 위해 저가로 주변국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선재가격하락을 주도해왔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반덤핑 공세”로 중국 저가철강의 유입을 차단하자. 중국은 한국과 동남아 등지로 밀어내기 수출을 강행하면서 국내 철강 생태계를 고사시켜 나갔다.

실제 업계 관계자는 “우리 협력업체들은 품질 좋은 국산을 쓰는데 저가에 쏟아지는 중국산 제품이랑 가격 차이가 나니 시장에서 경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폐쇄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철강 산업 전체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는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책이라곤 지난 10월 한국 등 24개국이 모인 글로벌철강포럼(GFSEC) 장관급 회의에서 철강 과잉 설비 대응을 골자로 하는 장관급 선언문을 공통 채택한 것이 고작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두고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고 자찬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도 중국의 철강 저가 수출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여부 조사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국내 철강 산업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포항제철소와 같은 핵심 시설의 폐쇄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본격 시행을 앞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내세워 중국산 저가공세를 방어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CBAM은 EU가 탄소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생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CBAM 인증서 구매 강제를 통해 부과하는 제도다.

 

앞서 2022년 3월 22일 미국과 영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분쟁 합의안에 중국을 겨냥한 핵심 조항을 넣는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장관은 “동 합의는 중국의 반경쟁적 관행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담은 경고”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항제철소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철강산업의 경영악화와 침체 장기화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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